빈익빈 부익부 심화. 체감지수 800대도 못미쳐최근 증시는 정보통신주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주에만 매기가 몰리면서 주가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은 물론, 지표지수와 체감지수의 괴리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과 신저가 경신종목이 속출, 시장의 안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종합주가지수(KOSPI) 1,000포인트대를 넘나들고 300만원짜리 주식(SK텔레콤)이 탄생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주식의 30%이상이 액면가를 밑도는 등 일부 특정종목을 제외하고는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장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 12일(1,052.60포인트) 이후 이달들어 지난 7일까지 정보통신주의 강세에 힘입어 전기기계업종만 43.1%의 지수상승률을 기록했을뿐 일반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여타업종은 평균 38%나 하락했다.
이처럼 지수등락에 관계없이 하락종목수가 상승종목수를 압도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면서 시장은 체감지수가 800대에도 못미친다는 푸념과 함께 썰렁한 분위기이다.
실제 지난 6일에는 KOSPI가 31.52포인트 오르는 상황에서도 상승종목수는 전체 상장주식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7일 역시 주가가 1.81포인트 올랐음에도 하락종목수(759개)가 상승종목수(114개)를 6배 이상 앞섰다.
반면 한국통신, 삼성전자, SK텔레콤, 데이콤, LG정보통신 등 5대 정보통신주는 지속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7일 현재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시장의 절반인 44.44%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양극화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는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과 신저가 경신종목이 러시를 이루는 것은 물론, 투매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은 전체 상장주식의 31.13%에 이르고 있으며, 12월중에 연중최저가를 갱신한 종목도 240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2일 대비 주가가 50% 이상 떨어진, 이른바 반토막난 주식도 무려 245개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전체 상장주식의 80%가 떨어지면서도 종합주가지수는 오르는 지수왜곡현상이 심화되면서 주식의 투매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7일 기준 투매비율(하락종목수/상승종목수+하락종목수)은 86.9%로 지난 6월 9일 주가가 50.14포인트 하락했을 때의 74.3%보다 높았다.
물론 최근의 주가양극화 현상은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정보통신주 열풍이 주된 원인이지만, 비정상적인 기관화장세의 후유증때문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외국인은 물론 시장의 리더격인 투신권이 저평가 우량주 발굴을 통한 전반적인 주가상승은 외면한채 수익률 제고에만 급급, 몇몇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선호종목인 중저가 우량주와 개별종목이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현재의 극심한 주가양극화가 지속될 경우 시장안정성이 흔들림은 물론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89년 증권주 장세, 92년의 저PER주 장세, 94년 초반의 블루칩과 골든칩 장세 등에서 경험했듯이 양극화장세에 해피엔딩은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특히 주가의 극심한 양극화현상은 시장에 대한 경계심리를 증폭시켜 증시로의 신규유입을 준비하던 대 금들을 계속해서 시장밖에서 떠돌게 함은 물론, 이로인해 지수 네자리수 안착도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