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퇴’ 패티 김 “멋진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원해”




“건강하고, 노래도 잘하는 멋진 모습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으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오래 고민하고 갈등도 했지만,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한국 가요계의 ‘영원한 디바’ 패티 김(74)이 밝힌 ‘은퇴의 변’이다.

지난 1958년 8월 미 8군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해 올해까지 만 54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낸 그는 오는 6월 막을 올리는 글로벌 투어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난다.


패티 김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5년이든 10년이든, 정말 영원히 노래를 하고 싶다. 하지만 건강할 때, 멋질 때 무대를 떠나는 것이 가장 패티 김 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넘게 노래를 하면서 아쉬움도 많았지만, 후회는 없었다”면서 “다시 태어나도 가수 패티 김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패티 김과의 일문일답.

-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건강하고, 노래도 잘하고, 멋진 모습으로 여러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으로 결정했다. 마음으로는 앞으로 5년이든 10년이든, 정말 영원히 노래하고 싶지만 건강할 때 무대를 떠나는 것이 가장 패티 김답다는 생각을 했다. 태양이 질 때 그 노을빛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듯, 그런 (화려한) 모습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 건강 문제 때문은 아닌가.

▦ 제 정신적, 육체적 연령은 40대다. 아직도 수영은 1,500 m를 거뜬히 해내고 걷기는 매일 4~5 ㎞를 한다. 건강이라면 앞으로 10년은 더 자신 있다. 은퇴 이유는 아까 말한 대로다. 국내외에서 정말 유명하던 분들이 갑자기 사라져가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에 저는 팬들에게 그런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정상은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지키는 건 더 힘들다.

- 주위 사람들과도 상의했는지.

▦ 가족들에게는 미리 제 의사를 전달했다. 외부인 중에서는 SBS 이남기 사장, 임성훈씨, 조영남씨 한테 제일 먼저 밝혔다. 이 세 분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은퇴 의사를 밝혔고 다른 동료분들은 오늘 이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될 거다.

- 54년간의 가수 생활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은. 또 혹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 3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30대 때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웃음) 근데 사실 노래는 50대가 되면서 가장 좋았다. 골든 보이스였다.

- 50대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 지금의 저한테도 대단히 만족한다. 3년 전 50주년 기념 공연을 할 때 공연과 동시에 은퇴할까도 생각했었는데 노래가 너무 잘 되더라. 체력도 좋았고 성량도 풍부했고…. 조금 더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지금까지 온 거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때다. 대중 가수로서는 제가 처음 그 무대에 섰는데 가수로서 만족감과 행복감, 보람을 느꼈다. 카네기 콘서트 홀에서의 공연 때도 그랬다. 그때 뉴욕에 사는 교포들이 ‘패티 김 장하다, 훌륭하다, 자랑스럽다’라고 막 외쳤다. 앞에 앉으신 분들은 울기도 했다. 그런 공연이 제게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공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은 큰딸, 둘째 딸을 낳았을 때다. 여자로서 가장 행복했다.

관련기사



- 본인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꼽는다면.

▦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은 영원히, 사랑은 생명의 꽃, 가시나무 새, 빛과 그림자 등…. 너무 많다. 가장 애정을 갖고 부르는 노래를 꼽는다면 ‘9월의 노래’다. ‘9월의 노래’는 부를 때마다 제가 어디 스페이스를 한 바퀴 돌고 오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 노래를 할 때면 후반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9월의 노래’를 직접 불러 취재진의 박수를 받았다.)

- 역대 공연 중 가장 아쉬웠던 무대를 꼽는다면.

▦ 거의 없다. 공연마다 늘 최선을 다했으니까. 근데 긴장은 늘 한다. 맨 처음 노래 시작했을 때는 무대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마흔이 되면서부터는 무대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겠더라. 저는 노래하기 전에는 절대로 앉아있지 않고 몇십 분 전부터 서서 대기하는데 공연 10분 전, 5분 전이 되면 내가 이 자리에서 심장마비 일으켜서 죽는구나 싶을 만큼 긴장을 한다. 약간의 지진이라도 일어나서 이 공연이 취소됐으면 싶을 때도 있을 정도였다. 몸이 늙어가면 성대도 늙어가기 마련이지만 팬들은 그런 걸 생각 안 하시고 예전에 들었던 음성, 그 모습 그대로를 기대하시니 그만큼 부담감이 큰 것 같다.

- 6월 시작되는 마지막 투어 공연을 소개해달라.

▦ 6월 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해 데뷔 55주년이 되는 내년까지 약 1년간 ‘이별’이라는 타이틀의 투어 공연을 한다. 타이틀은 후배인 조용필 씨가 추천했다. 조용필 씨한테 공연 타이틀 어떻게 할까 너무 고민된다고 했더니 “당연히 이별로 가셔야죠” 그러더라. 선배님의 히트송 (제목) 이기도 하고 ‘이별’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하면 팬들 가슴이 뭉클해질 거라면서. 그래서 타이틀을 이별로 정했다. 공연 때는 제 히트송을 25곡 정도 들려줄 계획이다. 첫 곡은 당연히 데뷔곡(‘초우’)를 해야겠지만 마지막 곡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 은퇴 후의 계획은.

▦ 아직 그것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평범한 김혜자(패티 김의 본명) 할머니로 돌아가 나비같이 훨훨 날며 꼬마들(손주들), 딸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환경 보호에도 좀 더 힘을 쓰고 싶다. 예를 들자면 우리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다시 찾자 하는 캠페인 같은 걸 하고 싶다.

- 후진 양성 계획은 없는지.

▦ 없다. 예전에는 많이 노력하기도 했다. 성량도 좋고 체격, 인물도 좋은 몇몇 가수들이 있어 제2의 패티를 만들고 싶어서.(웃음) 근데 요즘은 가수들이 다들 기획사에 전속돼 있어 자기 맘대로 일을 못하더라. 그래서 포기했다. 20, 30대 후배들과 앨범을 하나 내고 싶은 소망은 있다. 요즘 후배 가수들이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 다섯 명, 일곱 명씩 나와서 춤을 추며 네 소절, 다섯 소절씩 노래할 때는 노래 잘하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경연 프로그램에서) 솔로로 나와 노래하는 걸 보니 저렇게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많구나 싶었다. 미국에 토니 베넷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만 86세다. 그분이 작년에 앨범을 하나 냈다. 레이디 가가부터 시작해 지금 한참 활발히 뛰는 가수들하고 함께한 듀엣 앨범이다. 그걸 보며 나도 저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올해에서 내년 사이에(은퇴 전에) 해 볼 생각이다.

- 가수 인생에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 음으로 양으로 저를 이해하고 대중에게 양보한, 끊임없는 사랑을 보내 준 제 가족들, 제게 가수의 길을 열어주신 분들과 너무나 아름다운 곡을 주신 작곡가 분들, 16년간 제 일꾼이 돼준 PK프로덕션 식구들 너무 고맙다. 무엇보다도 50년 이상을 변함없이 제 곁을 지키며 박수를 보내주시고 사랑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 평생을 노래하며 살았다. 후회는 없었는지.

▦ 50년 넘게 노래를 하면서 아쉬움도 많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가수 패티 김이 되고 싶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가수 패티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