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여건 개선 미흡/1,400원대 저점 반등세지난 12일 외환당국의 개입이후 달러당 1천4백원대에서 안정을 찾아가던 환율이 자유변동환율제 도입후 둘째날인 17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환율은 달러당 1천4백5원90전에 불과했으나 개장직후 첫 거래가 이보다 89원10전이나 높은 1천4백95원에 체결됐고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1천5백40원까지 수직상승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최근의 환율안정세에 안도하면서도 내심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상 환율이 폭등세로 돌아설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연말 달러수요 증가 ▲자금시장 경색 ▲기대에 못미치는 국제통화기금(IMF)자금 등 외화 유입규모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 기업의 외화차입여건 등이다. 또 외환당국이 누차 『환율이 불안해질 경우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보유외환중 상당액을 이미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 상환에 소모한 것으로 알려져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외국금융기관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문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관례적으로 연말결산을 앞두고 신규대출을 자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의 여건이 다소 나아지더라도 외화차입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국가신인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IMF자금이 들어온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금융기관들이 즉시 대출을 재개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미국이 우리나라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밝혀 국가부도를 피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지만 아직 외화의 수급불균형이 개선됐다는 어떤 징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천4백원선을 저점으로 삼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16일 장롱속에 숨어있던 개인보유 달러가 3억달러이상 외환시장으로 유입됐지만 그 정도로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기업들이 확보해놓은 달러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당분간 이 달러물량이 시장으로 흘러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환율이 강세로 돌아설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안정을 바탕으로 수직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는 당장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