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부패한 조선 사대부" 하급관리들이 왕조 지탱했다

■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계승범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br>선비들 조선이 당면한 문제 외면… 재력가들의 안빈낙도 삶도 꼬집어<br>■ 조선의 9급 관원들 (김인호 지음, 너머북스 펴냄)<br>목자·조졸·염간·오작인·망나니… 가장자리 살림 책임지는 실핏줄



김홍도의 '서당도'

성리학을 기반으로 500년간 강력한 통치 체제를 유지했던 조선왕조에 대해서는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뒤따른다. 하나의 왕조를 500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단단한 사회 시스템과 인적 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근대화의 초석을 다져야 할 시기에 실기(失機)를 했다는 점에서는 거센 비판도 있다. 하지만 유교 이데올로기로 무장해 조선왕조를 500년 동안 독점적으로 장악한 선비 계층에 대한 평가는 놀랍게도 후한 편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를 통해 그 동안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기존의 선비에 대한 평가를 뛰어넘어 균형 잡힌 이해를 시도한다. 저자는 선비를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유교적 지식과 윤리로 무장하고 지배층을 형성한 최고 엘리트 집단, 곧 사대부"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렇게 유교적 가치와 덕목으로 무장하고 경제력과 지식뿐 아니라 정치권력까지 독점한 선비들이 지배한 조선의 현실을 직시한다.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백성들은 조선왕조 내내 가난하고 피폐했으며 왜란과 호란으로 국가의 존망이 흔들린 적도 적지 않았다. 저자는 "선비들은 조선이 당면한 문제들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위정척사를 내세운 선비조차 조선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화의 문명을 간직한 조선을 지키고자 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안빈낙도의 청빈한 삶으로 그려지는 선비의 모습에 대해 저자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조선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선비란 존재는 대부분 토지와 노비를 소유해 특정 직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재산가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선비들이 노비와 전토를 소유한 재력가였기 때문에 조선에서 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독점적 지배권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렇다면 병약한 왕권과 부패한 사대부가 지배하고 있었던 조선왕조가 500년이란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역사고전연구소에 재직 중인 김인호 연구원이 '조선의 9급 관원들, 하찮으나 존엄한'을 통해 답한다. 저자는 관청과 궁궐에서 일했던 하급관원과 목자(말 기르는 관원), 조졸(조운선을 운행하는 관원), 염간(소금 굽는 관원), 오작인, 망나니 등 양반과 백성 사이에서 천시당하기도 했지만 조선왕조의 가장자리에서 나랏일을 담당했던 사람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역사서에 거창하게 이름이 남겨지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조선왕조를 지탱하는 실핏줄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전문직 중 하나인 산원은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땅의 면적과 수확량을 측정하고 정부 물품을 관리하는 실무자였다. 착호갑사는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호랑이를 잡는 전문 사냥꾼이자 직업 군인이었다. 호랑이 머리는 기우제에 사용됐고 가죽은 공물이자 돈벌이이기도 했다. 면포 30필이던 가죽 가격은 15세기에 80필로 뛰었고, 16세기 중엽에는 400필까지 치솟았다. 오작인은 시체를 검시하는 일을 했던 사람이다. 두 번의 검시는 필수이고 의심이 생기면 네 번까지 했다고 한다. 망나니는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회자수' 즉, 사람을 끊는 기술자로 불렸다. 단칼에 목숨을 끊는 조건으로 사형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게 가장 천시받았던 망나니들의 힘이었다. 저자는 "하찮은 존재로 인식되는 이들은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권력의 끝자락에서 때로는 수탈에 앞장서거나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며 "지금의 말로 표현하면 일종의 비정규직 공무원인 이들은 사대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나라 가장자리의 살림을 책임지며 조선왕조를 지탱했다"고 설명했다. 각 1만 4,000원, 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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