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잡으려면 홀인원 홀로 가라(?)'
골퍼라면 누구나 홀인원의 황홀경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홀인원(hole in one)은 말 그대로 한 번의 샷 만에 홀인시키는 것으로 '에이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분도 기분이지만 3년간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 대문에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홀인원 명당'은 따로 있는 것일까. 골프 황금 시즌이 달포가량 남은 가운데 당신은 올해 안에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홀인원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명당은 있다=국내에서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골프장과 홀은 어딜까. 25일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4일 현재까지 골드CC(경기 용인)에서 75개가 쏟아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약 400곳 중 대한골프협회 회원사 골프장 98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홀인원 톱10' 골프장을 보면 어느 정도 규칙성이 발견된다. 골드CC는 2011년 한 골프잡지의 집계에서도 65개로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대한골프협회 조사에서도 96개로 88CC(경기 용인)와 공동 1위에 올랐다. 88CC 역시 올해 5위(45개)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아시아나(경기 용인)가 67개로 2위, 경주 신라가 51개로 3위에 올랐다. 상위 3곳의 골프장은 36홀 규모다. 46개가 기록된 4위 마우나오션(경북 경주)은 18홀 규모 골프장 가운데 으뜸이다. 36홀 규모로 단순 추산하면 92개로 단연 1위였을 것이다. 7위에 랭크된 실크리버(충북 청원)도 18홀 골프장으로는 2위에 해당하는 홀인원 명당 중 한 곳이다.
◇아무래도 짧은 홀 유리=개별 홀로는 경주 마우나오션 오션코스 2번홀이 최다인 19개를 골퍼들에게 선사했다. 이 홀은 레귤러(화이트) 티잉그라운드 기준으로 그린 중앙까지 거리가 90m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사이를 메우고 있는 벙커를 넘기면 남성 골퍼의 경우 샌드웨지부터 피칭웨지 티샷으로 공략할 수 있다.
홀 난이도를 결정하는 최대 요소가 거리인 만큼 대체로 짧은 홀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2위(16개) 골드CC 챔피언코스 2번홀도 2개의 그린 중 약 80m로 세팅되는 앞쪽 그린에서 홀인원이 양산됐다. 3위(14개) 청원 실크리버 아웃코스 7번홀(117m), 각각 7위(12개)와 9위(10개)인 아시아나 동코스 11번(115m)과 16번홀(114m)도 거리 부담이 적다. 8위인 충주 임페리얼레이크CC 레이크코스 2번홀도 130m지만 내리막 홀이다.
◇넉넉한 클럽 선택을=일본프로골프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허석호(40)는 통산 15차례나 홀인원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홀인원 비결을 묻자 그는 격한 손사래를 쳤다. "전적으로 재수"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클럽 선택을 여유 있게 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답을 얻어냈다. 홀을 지나치지 않는 퍼트는 절대 홀인될 수 없다는 '네버업 네버인(never up, never in)'은 홀인원의 경우에도 진리다. 아마추어 골퍼가 파3홀에서 티샷을 깃대보다 멀리 보내는 확률이 20% 정도라는 한 통계 결과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넉넉한 클럽을 잡고 가볍게 스윙하면 볼을 깃대 방향으로 보낼 가능성이 그 만큼 커진다. 여기에 허석호의 말처럼 행운에 맡기는 기분으로 너무 홀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1만2,000분의1이라는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