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서울포럼 2011 결산] "성급한 성과주의는 과학기술 발전 가로막는 최대의 적"

■ 석학들이 제시한 7대 제언 <BR>산학협력 통해 기초과학 상업화 지원을 <BR>기획된 연구보다 자발적 창의성 키워야 <BR>인문학 등 다른 학문과 폭넓은 융합 필요 <BR>과학에 스토리 담아 대중과 소통 노력을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영국 멘체스터대 교수가 28일 서울경제가 주최한 '서울포럼 2011'에서 강연하고 있다. 가임 교수는 "기초과학을 홀대하는 이 시대는 나에게 악몽"이라며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과 대폭적인 투자를 촉구했다. /김동호기자

세계적인 석학들은 29일 폐막한 '서울포럼 2011-과학이 미래다'에서 과학은 인류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동력이라고 설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며 기초과학 보다 응용과학에 치우쳤다. 이제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초과학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석학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으로 과학발전을 추구해야 할지 제시한 7대 전략을 소개한다. ①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라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오롯이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임 교수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컴퓨터나 인터넷 등은 모두 수십년 전의 과학적인 발견에서 파생했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는 범용기술이 필요하며 범용기술을 만들어내는 힘은 기초과학 투자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모르데카이 셰브스 바이츠만연구소 부총장은 "이스라엘 정부의 기술개발 예산은 GDP의 4.5% 수준"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②기다려라. 성급한 성과주의를 경계하라 석학들은 단기간의 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과학기술 발전의 최대 적이라고 지적했다. 탁월한 과학적 발견은 수십년을 투자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해양생물학연구소 석좌교수는 "12년간 숱한 좌절과 맞닥뜨렸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자기반성을 통해 마침내 형광단백질 연구를 마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은 "10년을 연구하면 평범한 과학자, 20년을 연구하면 유명한 과학자, 30년을 연구하면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탄생한다"며 "과학자에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를 독촉한다면 절대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전했다. ③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신뢰하라 석학들은 한결같이 "과학연구의 시작은 호기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궁금증이 바로 과학연구를 이끄는 힘이라는 것이다. 또 엑스레이ㆍ전기 등의 연구과정에서 보듯 기획된 연구보다 과학자들의 자발적인 창의성이 발휘돼야 혁신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마르야 마카로브 유럽과학재단 이사장은 "과학발전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과학자들의 열정과 재능에서 비롯된다"며 "인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은 기획된 연구작업의 틀 안에서보다는 개별 과학자들의 기초적인 연구과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셰브스 부총장은 "다음 과학혁명을 이끌어낼 인재는 다학제적인 관점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며 "과학자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호기심 많고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해야 탁월한 수준의 과학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④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라 가임 교수는 국내 과학자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창의적인 연구개발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연구 여건을 예로 들며 "당초 계획했던 연구가 실패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도 이를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해도 끊임없는 도전이 결국 혁신 기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도 "한국에도 과학자들의 실패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⑤산학협력, '데스 밸리' 넘을 가교를 만들어라 셰브스 부총장은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가 상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죽음의 계곡(데스 밸리ㆍDeath Valley)'을 넘기 위한 가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전, 인큐베이팅, 앤젤투자, 지적재산권 보장 등이 바로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과학자, 연구기관에 동기 부여를 하는 법적 토대, 다양한 금융지원, 사업적 감각과 학문적 배경을 지닌 기술이전 전문가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⑥과학과 타 학문과의 융합연구를 활성화하라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아직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기초과학 분야의 활로는 바로 '융합연구'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각 학문의 개별 영역을 존중해줘야 하지만 학문 간 담을 낮추고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이 필요하다"며 "과학을 뛰어넘어 인문ㆍ사회학 등 폭넓은 융합연구를 시도해야 세계 과학계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개발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마르야 이사장은 "전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 대체에너지 개발, 새로운 질병 등의 문제는 국경과 영역을 초월한 협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⑦과학 대중화에 적극 나서라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당부도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대중이 과학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현상은 결국 소통 노력을 소홀히 한 과학자들 스스로의 잘못"이라며 "과학의 대중화를 통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일반인이 인지하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확대, 우수 인재의 과학계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자 출신 영화제작자인 랜디 올슨은 "과학은 과학연구를 하는 것과 대중과 소통하는 것 2개분야로 구성된다"며 "과학에 스토리를 담아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 다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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