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성장 향수 버리자/김광희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여의도칼럼)

한국경제 어디로 가는가현재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국제수지 적자의 지속적 확대, 명퇴·조퇴 등 고용불안정과 실업률의 증가, 그리고 도산의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의 생산활동 위축 등이 위기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한보사태 등 정치적 문제까지 중첩되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요인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생산성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임금상승률, 높은 금리와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과중, SOC투자부족으로 인한 물류비용의 증가, 노동기피 현상, 과소비 등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 고물가, 경상수지 악화의 악순환과 산업공동화, 외채누증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80년대 후반의 국제수지 흑자와 경제규모의 확대, 국제경제에서의 위상강화 등은 잠깐동안이나마 개발연대 경제성장정책의 과실을 수확하는 기쁨을 주었다. 우리가 이 기쁨을 마음껏 향유하는 동안에도 지구는 공전과 자전을 계속하며 변화하고 있었다. 개인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 국가도 어느정도의 과실은 미래를 위한 저축, 투자에 할당해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그 댓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90년대 초반은 크게는 국제정치, 국제경제의 대변혁을 가져왔던 시기였고, 작게는 공장내의 생산시스템, 소비양태가 변화를 가져왔던 시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과거의 행태를 답습했다. 한국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기업·정부 모두 과거의 인습을 청산하고 시대의 요청에 응해야 한다. 고도성장의 향수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높은 성장률을 상정해서는 안된다. 성장을 줄이더라도 구조적 문제가 자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구조적 요인에서 온 것이 아닌가. 기업 역시 수성을 하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내부조직의 효율화로 버블을 제거해야 한다. 다소 고달프고, 힘겹겠지만 남은 90년대를 이렇게 노력하여야 21세기에는 장미빛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안정된 경제, 맑은 공기·맑은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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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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