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자재값은 뛰고… 업계 "채산성 악화" 냉가슴

정부는 가격 누르고… <br>철강·석유·식품업체등 제품값 제때 못 올려 "채산성 악화" 냉가슴


정부의 초강수 물가 누르기와 국제 원자재가 상승 사이에 낀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제때 올리지 못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넛크래커'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상이변 등으로 철광석ㆍ석탄ㆍ원맥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원유가도 오르면서 국내 산업계에 원자재가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원료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해 채산성을 맞춰야 하지만 정부의 전방위 물가잡기 압박 때문에 이익축소는 물론 손실까지 봐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핵심 원자재인 철강의 경우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 톤당 125달러에서 올해 1월 현재 176달러로 40.8%나 급등했다. 전기로에 사용되는 철스크랩(고철) 가격도 연초 톤당 450달러에서 현재는 510달러로 뛰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고로산 철강제품의 경우 톤당 50달러 안팎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철강업계 신년 하례식에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한 상태여서 업계는 눈치만 보고 있다. 특히 철강제품 가격인상은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 후방산업에 연쇄 가격인상을 초래하게 돼 정부의 압박강도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필수 소비재인 석유제품 역시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 잡기를 지시한 여파로 정유업체들은 인상은커녕 거꾸로 가격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시세의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9월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올해 1월 둘째 주 105달러로 30.5% 올랐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들도 국제 LPG가격 상승분을 이달 국내 공급가격에 제대로 넣지 못해 연초부터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있다. LPG 수입기업인 E1은 국제 LPG가격 및 환율 상승으로 ㎏당 300원가량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실제 인상폭은 절반인 ㎏당 162~168원에 그쳐 손해가 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분 등 식품업체들도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물가단속에 대거 나서자 가격인상을 단념하는 분위기다. 원맥 가격이 지난해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지만 밀가루가 대표적인 서민 친화적인 품목인 탓에 기업이 원가상승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분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올리면 자동반사적으로 가격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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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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