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스터 쓴소리, 벤

"中 AIIB 설립, 美의회 탓"… "위안화 저평가 아냐" 행정부에 일침

연준 개혁법 추진 우회 비판도

'야인'으로 돌아간 벤 버냉키(사진)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예민한 정치ㆍ경제적 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와 정치권에 전방위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월 말 블로그를 열며 "민간인으로서 더 이상 연준 감시자들의 현미경 아래 놓이지 않은 채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포문을 연 바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으로 기존의 국제금융기구가 타격을 받은 것은 미 의회의 실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의 투표권을 확대하는 쿼터 개혁안을 결의했는데도 미 의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중국 등 다른 신흥국이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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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과 다른 신흥국의 역할 증가를 감안해 의회가 IMF 개혁안을 승인해야 했다"며 "중국이 독자적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불행한 일로 세계가 단일한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곳에 자원을 배분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AIIB의 상징성이 크지만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위안화가 지난 5년간 상당히 절상되면서 훨씬 더 적정가치에 맞춰졌다"며 "확실히 적정가치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IMF가 "위안화 환율은 더 이상 저평가돼 있지 않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버냉키 전 의장이 오바마 행정부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면 단계적으로 자본계정과 통화자유화를 지속하고 채권시장 등에서 민간자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 의회가 연준의 돈 풀기에 월가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빈부격차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연준 개혁법안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금리ㆍ통화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효과가 매우 작다"며 "고용 극대화 등 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양적완화 정책을 그만둘 수 없고 만약 분배에 부정적인 충격이 있다면 재정정책으로 상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연준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정치권이 재정을 확대해 불평등 해소에 나서라고 반격한 셈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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