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격변하는 동북아정세-우리 갈 길은] "위안화 직거래시장 성패 홍콩과 차별화에 달려"

■ 인터뷰-청롄 中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 주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中은 상업투자기구 인식

한국 연구기관과도 협의… 공통이익 찾을수 있을것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분명 좋은 뉴스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성공 여부는 한국이 어떻게 차익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과 차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청롄(38·사진)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 주임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을 합의한 데 대해 "(중국으로서는) 중화권이 아닌 국가에 위안화 시장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예상만큼 큰 이익을 안겨주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 주임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서울)이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시장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996년 거래량 부족으로 문을 연 지 넉 달 만에 폐쇄된 원·엔 시장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청 주임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경제성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시한을 못 박은 점을 꼽았다. 그는 "두 정상이 한중 FTA의 시한을 정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도 어느 정도 시간과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급진전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청 주임은 이어 "과거 원자바오 전 총리도 한중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를 설정하지는 못했다"며 "시간표가 있다는 것은 (중국에는) 큰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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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품목 등 FTA의 남은 과제에 대해 청 주임은 중국보다는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한중 FTA는 정치·외교적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타결의 관건은 한국이 얼마나 이익집단의 이해를 조정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AIIB를 원조가 아닌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업적 국제투자기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IB는 막대한 중국의 보유외환을 운용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처"라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과 달리 AIIB는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역 내 협력은행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AIIB에 대해 "향후 예정된 추가 협상 논의 결과에 따라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청 주임은 이어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가 주도해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단계라면서, 특히 한국의 금융 분야 연구기관들과도 충분히 이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며 쿼터 등에서 한국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목표는 중국이 주도한다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기존 국제금융기구와는 다른 효율적인 투자기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 등은 이 기구가 자신들이 구축한 기존 금융체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이 공통적인 이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청 주임은 사회과학원은 물론 중국 내 비판적 시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소장파 금융학자로 꼽힌다. 젊은 나이지만 중국 금융정책연구센터의 부주임으로 활동하며 금융개혁 정책에 밑그림을 그리는 학자 중 한 명이다. 2008년 국제금융 불균형론에 이어 아시아 경제 일체론에 대한 그의 논문은 국제금융논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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