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관치 물가'에 속타는 기업들

정부 가격통제에 풀무원등인상 철회 잇따라<br>기업들 "경영권 침해 도 넘었다" 불만 목소리<br>인상요인 축적으로 되레 내년 물가불안 우려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각종 상품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22일 두부ㆍ콩나물 등에 대한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인상을 유보했으며 앞서 OB맥주도 가격을 올리려다 정부 압박에 백지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물가 잡기를 명분으로 한 물가 당국의 경영권 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요인이 축적되는 압력효과로 내년도 서민물가가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식품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말을 맞아 정부의 전방위 가격 단속이 위세를 떨치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시도가 잇따라 좌절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번복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ㆍOB맥주ㆍ풀무원 등 3개사나 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칠성사이다ㆍ펩시콜라ㆍ레쓰비 등 제품 20종의 가격을 인상했다가 10일 만에 철회했다. OB맥주와 풀무원도 각각 제품 가격을 평균 7%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기업들은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눈을 치켜뜨자 꼬리를 내렸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가격통제의 칼날은 우회적으로도 날아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라면, 우유, 아웃도어, 햄ㆍ소시지 등 업종을 불문하고 연이어 프리미엄급 제품 가격에 시비를 걸고 있다. 제품 가격을 단순하게 성분과 효능으로만 재단하다 보니 기업들이 반발이 심하다. 22일 발표된 프리미엄급 햄과 소시지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CJㆍ대상 등이 편파적인 잣대로 품질을 재단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금리ㆍ환율 등 정당한 정책적 수단은 방치하면서 내수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예컨대 개별 식품값이 결정되는 원리와 물가가 결정되는 원리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도 식품기업의 장부를 뒤지는 식으로 물가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를 잡으려다 시장만 잡고 기업들만 억울하게 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가격 단속의 여파로 기업의 가격 인상 시도 자체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압적인 밀어붙이기 탓에 어수선한 연말에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기업들이 얕은 꾀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죽하면 그러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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