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너무 억울해서… 늘어나는 재정신청

불기소 처분에 고소인 불만<br>2007년 법 개정 이후 급증<br>실제 재판 건수는 1% 그쳐<br>공소유지변호사제 도입을


좋은 투자처가 있다는 고등학교 선배의 말에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해를 본 A씨. 투자처를 소개해준 선배와 회사 이사진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속여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수사기관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억울한 마음에 다시 한번 검찰의 문을 두드렸지만 검찰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직접 받아보기 위해 재정신청을 냈다.

최근 들어 고소ㆍ고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일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7년까지 한 해 600~800건 수준에 그쳤던 재정신청 접수 건수는 2008년 1만1,248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9년 1만2,726건, 2010년 1만5,292건까지 치솟았다. 2011년에도 1만4,203건에 달해 재정신청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재정신청이 급증한 것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이 있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은 공무원의 권리행사 방해와 특수공무원의 체포ㆍ감금, 폭행ㆍ가혹행위 등 3개 범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이 가능했지만 2007년 12월21일 개정 법에서는 모든 고소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 첫 해인 2008년 신청 건수가 전년보다 16배나 늘어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반짝 증가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정신청뿐 아니라 상급 검찰청에 한번 더 검토를 요구하는 항고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고소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받다 보니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실제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재정신청을 통해 소송이 제기된 건수는 2005년 4건, 2006년 2건이었고 2007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이후 2008년 121건, 2009년 122건, 2010년 224건, 2011년 134건에 달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재정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는 횟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체 재정신청 건수의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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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측은 "고소인의 말만 듣고 기소를 단행할 경우 피고소인에게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재정신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이를 바로 수용하는 것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렵사리 재판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고소인이 만족할 만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재정신청이 들어온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80~90% 이상 확신하는 경우에만 공소제기를 결정한다"며 "하지만 실제 유죄율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정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유지변호사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해 재정신청이 이뤄진 것인데 사건의 공소유지를 다시 검찰이 맡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재정신청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담 재판부를 따로 둬 집중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정신청(裁定申請)=고소ㆍ고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하는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 묻는 절차를 말한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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