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찬을 겸한 여야 총재회담을 갖고 정치개혁, 여야관계 개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 등 주요현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다음은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과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의 발표를 바탕으로 경제현안을 위주로 한 대화내용이다.
◇빅 딜 문제점과 실업대책
▲李총재=경제와 민생문제에 관한한 여야 구분없이 국민생활 안정과 올바른 국정운영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 잘못된 점은 비판, 견제하면서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 경제구조조정 특히 빅딜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주도로 이뤄져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이미 실업자가 200만명을 넘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실질적인 실업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기 바라며 야당도 실업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다.
▲金대통령=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업자문제다. 정부는 15조원의 예산으로 실업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실업대책에 대해 야당의 초당적 협조를 바란다. 빅딜에 관해 세계은행총재 등도 경제비상시에는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빅딜은 전경련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시장경제 원리가 통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재벌이 약속을 했고 1년이상 안지키니까 은행이 채권자로서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잘되면 간접개입도 안하고 손을 뗄 것이다.
◇국민연금 ▲李총재=국민연금 확대실시를 4월1일 강행키로 한 것은 경제사정과 국민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행정편의적 행태다. 3월14일 현재 소득신고서를 제출한 연금가입 대상자는 462만명으로 45.6%정도이나 이중 실제가입자는 175만명으로 17.2%에 불과하고 그나마 극심한 소득하향 신고로 소득의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형편을 고려하고 공정한 소득신고 등 충분한 준비를 위해 1년간 연기, 내년 1월1일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金대통령=국민연금은 예정대로 확대실시한다. 미비한 것은 보완해 가면서시행할 것이다. 마구잡이로 하지는 않겠으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실시하겠다. 야당도 도와달라.
◇한일어업협정 ▲李총재=한일 어업협정은 독도영유권을 훼손하고 제대로 준비안 된 협상팀의 무지와 불성실로 막대한 손실과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 마땅히 재협상을 해야 하며 어민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또 재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관련자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金대통령=한일어업협정 개정은 유엔해양법에 의해 안할 수 없었다. 독도와어업협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제해양재판소 재판관인 박춘호박사도 언론에 기고도 했고 나를 찾아와서도 이 문제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독도는 그냥 놔두면 우리땅이 분명한 데 왜 (협상으로) 끌고 가느냐. 다만 쌍끌이어업, 복어 채낚기, 오징어 어로에 대해서는 (협상을) 잘못해 어민에게 피해를 준 측면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어민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겠다.
◇대북정책 ▲李총재=대북햇볕정책이 상호주의를 지키는 것인지, 배제하는 것인지 분명치않다. 상호주의를 배제한 일방적 대북지원은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무상으로 북한에 비료를 공급하는 것이 옳은가.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과 아무런 견해차는 없는가.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불안이 크다. 대북정책이 실패하면 대책이 있는가.
▲金대통령=대북정책의 큰 테두리는 상호주의 원칙이다. 또 한미간에 대북포용정책에 관한 의견차이는 없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등으로 북한을 안심하게 해주고 핵·미사일 등은 포기하도록 요구해서 일괄타결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최대목적은 전쟁억지이며, 나의 확고한 소신은 전쟁을 막는 것이다. 만일 도발이 있으면 대항할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한·미·일이 철저히 공조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지지하고 전세계가 지지하고 있다. 전세계가 지지하는 것 자체가 안보다. 포용정책이 잘 안될 때 대비한 대책이 있다. ◇정치인 사정
▲李총재=과거캐기의 순환고리를 끊고 미래를 위한 대화합의 정치를 펴는 큰 대통령이 돼야 한다. 사정이 정치보복이 돼서는 안된다.
▲金대통령=사정과 관련해 정치보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나는 누구를 정해서 보복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사정은 여야 없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대로 처리한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정치보복은 절대 없다.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정계개편 ▲李총재=표적사정과 정치보복, 야당의원 빼가기 등으로 야당을 와해시키려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중단돼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생산적인 대화정치와 정책대결을 펼 것을 제의한다.
▲金대통령=과거 인위적 정계개편은 여소야대일 때 있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1년간만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인준을 거부하고 실업예산안을 거부하는 등 야당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국민여론도 야당을 영입해서라도 정국안정을 이루기를 원했다. 앞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은 결코 안할 것이다.
◇정치개혁 ▲李총재=정치개혁은 여당 단독으로 안되며 반드시 여야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또 내각제 개헌여부가 거론되고 있으나 헌법상 권력구조는 정치관계법의 상위개념이므로 정치개혁 입법에 앞서 개헌여부에 대한 대통령과 여권이 뜻이 표명돼야 한다.
▲金대통령=정당법, 선거법 등은 권력체계와 관계없이 개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당초) 합의문에 (정치개혁입법을) 「상반기중 합의처리」키로 했으나 상반기는 곤란하다고 해서 「조속히」 하라고 했다. 국민회의나 자민련은 전당대회를 못열고 있다. 정치개혁을 해 선거구를 조정해야 전당대회가 가능하다. 전당대회를 하고 나서 어떻게 선거구를 조정하겠느냐. 시간이 없다.
◇고문·감청·국회 529호 사태
▲李총재=권력기관의 불법 도청과 감청, 고문, 정치사찰 등 인권침해는 근절돼야 한다. 구 안기부의 국회 529호 사건은 정치개입행위로, 결코 다시 있어선 안된다.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와 방침을 밝혀달라. 야당후원자에 대한 협박과 도청도 계속되고 있는데 시정해달라.
▲金대통령=고문증거가 확실히 나타나면 굳은 결심을 갖고 결단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도청은 현재 없다. 절대 못한다. 고문도청의 최대 피해자는 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고문, 도청, 정치사찰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긴급감청도 법에 따라 전부 기록하면서 한다. 정치사찰은 어떤 경우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정보수집과 정치사찰은 구분해야 한다. 국회 529호실은 부수고 들어간 것은 잘못이다. 사무총장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요청하겠다. 국정원이 국회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다.
◇특검제, 인사청문회
▲李총재=정부의 신뢰회복을 위해 검찰총장과 국정원장은 경질돼야 한다. 대통령은 특검제와 정보원장, 검찰총장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회를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
▲金대통령=(특검제)는 야당때 우리도 주장했으나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실시하고 있으나 미국도 문제가 있으니 폐지하자는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 검·경찰총장 임명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동시에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다.
◇3·30 재보선
▲李총재=이번 재보선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
▲金대통령=이번 구로을 재선거는 돈을 많이 써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다시 하는 것이다. 돈쓰는 선거를 차단해야 하지만 흑색선전이나 음해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金대통령은 회담말미에 李총재에게 5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金대통령=첫째 나의 최대 소원은 우리나라를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인권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실현할 것이다. 고문· 도청, 야당탄압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한다. 따라서 야당도 건전한 야당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야당은 도울 것은 돕고 의회정치·대화정치가 잘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 재보선도 깨끗이 치르자. 둘째 경제를 살리는데 최대한 노력을 하고 4대 개혁은 반드시 완성할 것이다. 셋째 국민화합을 해야 한다. 인사에 있어서도 차별없이 공정하게 하고 있다. 예산배정도 시·도지사와 협의해 하는 등공정성을 기하고 있다. 야당도 국민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해 달라. 지역감정을 이용해 정치적인 이득을 봐서는 안된다. 넷째 제2건국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감정, 이기주의, 비능률을 제거하고 과거를 청산,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이 제2 건국운동이다. 정치적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하부조직을 민간으로 할 것이다. 야당도 참여해 달라.
(이부분에서 李총재가 공무원이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자)공무원이 참여해야 부정부패가 없어진다. 그러나 민간주도로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최대 소원은 전쟁을 막고 평화교류를 증진시켜 7,000만이 바라는 통일의 길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야당도 도와달라.【김준수·양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