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대통령감」 가려내기/임종건 부국장겸 사회부장(데스크칼럼)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을 빼고는 안되는 일이 없는게 대통령입니다.』5공말년 당시 전두환대통령은 청와대로 사람을 불러놓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안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의 꿈같은 자리를 7년의 단임으로 물러나기로 한 자신의 결심을 다소 과장되고 흥분된 어조로 표현한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전씨야말로 권력을 여한없이 「즐겼다」는 뜻이 된다. 권력은 크든 작든 휘두르려는 속성을 갖는다. 그 크기에 비례해 휘두르려는 욕망도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전씨의 말마따나 무소불위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행사는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자질 가운데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망에 대한 절제력을 으뜸으로 쳐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이 권력에 탐닉하면 개인은 물론 나라가 불행해지고 민생이 도탄에 빠진다. 역사가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권력에의 탐닉도에 따라 퇴임후의 모습이 결정됐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망명을 해야했고 이국땅에서 죽음을 맞은뒤 한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피살됐다. 전두환 대통령은 퇴임후 유배를 당한뒤 감옥에 갔고 노태우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해 재물을 탐한 죄로 감옥에 갔다. 하나같이 권력을 과도하게 즐긴 결과다. 김영삼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아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보면 김대통령에겐 권력이 무소불위는 아니었던 셈이다. 사실 김대통령에겐 억울한 구석이 없지 않을 듯도 하다. 그는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은 아들때문에 크게 훼손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선언이 진실이기를 바라고 있다.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한다는 뜻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들었다는 것도 아무나 흉내낼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들을 감옥에 보내야만 했던 것은 권력의 무서운 유혹에 대한 김대통령의 인식이 덜 치열했던데서 원인을 찾을수 밖에 없다. 인사권은 예산권과 함께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힘이다. 예산권은 예산의 경직성으로 인해 대통령이라해도 맘대로 못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통상 인사권을 통해 예산권을 장악하려 한다. 그래서 인사권은 막중한 것이고 김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고 했을때 바른 인사권의 행사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른바 가신들로 권력주변에 울타리를 친 것이나 아들이 대통령 권력의 틈새에 끼어들도록 방치한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실책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상 처음 후보자 자유경선을 한다는 집권당의 경우 공정한 경쟁은 간곳이 없고 음해와 모략과 담합이 판을 친다. 예선부터 이 모양이면 본선에서 어떠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재목이 없다고 외면만 한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어떤 사람이 그런 유형에 들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독선주의는 독재의 뿌리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국민이 안중에 있을리 없다. 공인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위험하다. 자신을 모르면서 남앞에 서겠다는 것은 환상이다. 대통령이 된뒤 「어떻게 잡은 권력인데」라고 말할 소지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런 사람의 십중팔구는 권력을 한풀이의 도구로 쓰려 할 것이다. 「중대결심」 운운하며 걸핏하면 판을 깰 구실을 찾기에 바쁜 사람도 불길하다. 그런 사람은 승복의 미덕과는 담을 쌓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을 바꾸는 사람도 위태롭다. 기회주의는 이기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도 국민들의 눈에는 모든 후보자들이 그런 사람이어서 머리만 더욱 어지러울지도 모른다. 후보자들은 모름지기 자신이 과연 권력을 즐기려고 대통령이 되려 하는 것은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서 확신이 안서면 일찌감치 사퇴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신위생에 도움이 되고 개인으로도 비극을 당하지 않는 길이다. 지도자의 권력 즐기기에 그동안 국민들이 치른 희생과 상처가 너무 크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같은 시행착오를 더이상 되풀이 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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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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