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장에서 버린 자식 취급을 받던 철강ㆍ화학ㆍ정유주가 최근 들어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주가가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다. 이제 주식을 좀 사도 될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업황 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은 장 초반 4%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다 전 거래일보다 1.75%(4,500원) 오른 26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거래일째 상승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침체로 생산이 지연됐던 현지 배터리공장이 준공 1년 만에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한화케미칼도 3.10% 오른 1만6,650원에 장을 마쳤고 금호석유(2.32%), SK이노베이션(2.41%), S-OIL(1.27%)도 상승 마감하며 화학ㆍ정유주가 강세를 유지했다.
철강업종의 상승세도 눈에 띄었다. 1ㆍ4분기 4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동국제강도 전 거래일보다 6.31%(700원) 오른 1만1,800원을 기록하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고 포스코(0.79%), 현대제철(1.87%)의 주가도 올랐다.
이들 종목의 강세에 화학업종지수도 1.29%(49.05포인트) 오른 3,858.04포인트를 기록하며 2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철강업종지수도 0.85%(43.40포인트) 뛴 5,124.64포인트로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철강ㆍ화학ㆍ정유주의 깜짝 반등에 대해 오랜 업황 부진으로 이들 종목이 저평가돼 있어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학과 정유 일부 종목의 PBR는 1배 미만으로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 포스코의 PBR는 0.66배로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1.10배보다 낮고 현대제철도 0.65배로 2008년(0.66배)보다 밑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0.87배), 한화케미칼(0.55배), 동국제강(0.27배)도 저평가돼 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들 업종의 종목이 오르는 것은 지난해부터 '박살이 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주가가 많이 빠진 데 따른 저가매수 차원으로 보인다"며 "미국 등 글로벌 소재업종이 단기 반등 추세라 국내 철강ㆍ화학업종도 따라 오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럽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유럽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증가로 중국 경기도 회복돼 소재업종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업종의 경기가 여전히 침체 상태에 놓여 있어 철강ㆍ화학ㆍ정유업종이 추세적 상승 국면으로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박 센터장은 "이번 반등은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로 유로존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지 불투명하고 중국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조 센터장도 "최근 이들 업종지수의 반등은 저평가된 주가에 따라 매수세가 들어온 것 정도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화학ㆍ철강업종 등 상대적 낙폭과대주들이 강한 반등을 시도했지만 이들 업종ㆍ종목의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로 단기 랠리가 나올 수 있지만 2ㆍ4분기 실적이 불확실하고 업황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