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기는 초등학교 교사 이모(30)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전에 한 학부모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더니 다른 학부모가 전화해서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며 따진 적이 있다"며 "그 뒤 어떤 선물도 받지 않고 있지만 선물을 두고 학부모와 승강이를 벌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물을 주는 입장인 학부모는 경제적인 부담과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반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선물을 잘 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교사를 위한 스승의 날이 학부모는 물론 교사에게도 외면하고 싶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의 고민 일 순위는 어떤 선물을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회원 200만명의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는 최근 한 달간 스승의 날 선물에 관한 글만 300여 개가 올라왔다. 주로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묻는 내용이다. 3세, 5세 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 정모(35)씨는 "너무 소소한 걸 하자니 선물한 티도 안 날 것 같고 너무 비싼 걸 하자니 다른 학부모의 눈총을 사지 않을까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교사들은 적정선을 찾느라 머리가 아프다. 서울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선물을 돌려보냈더니 저렴해서 그런 거냐며 화를 내는 학부모도 있었다"며 "웬만하면 다 돌려보내지만 직접 만든 음식이나 비누 등을 돌려보내면 섭섭해 하는 학부모가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이모(29)씨는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오더라도 되돌려 보내고 있다"면서도 "'감사합니다'라고 새겨진 머그컵이나 손으로 만든 쿠키 같은 경우 정성을 봐서 안 받기가 뭐하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 괴로운 건 학생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 어느 반이 더 좋은 선물을 하고 더 멋진 이벤트를 하는지를 두고 반별로 신경전까지 오가기 때문이다. 서울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윤모(15)양은 "지난해에는 무조건 몇 만원씩 내도록 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다"고 말했고 김모(15)양은 "어떤 선물을 준비하는지를 두고 반끼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는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선물을 두고 괜히 학교와 교사 모두 불편해지기 때문에 십여 년 전부터 스승의 날에는 수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교사들도 이 편이 더 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선 학교와 어린이집을 관리ㆍ감독하는 교육청과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에서 선물을 자제하는 공문을 내려보낼 계획은 없다"며 "과거와 달리 촌지 문제 등이 많이 사라진 만큼 단위학교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대부분 중산층 이하의 서민 가정이 이용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고가의 선물이 오고 간다고는 보고 있지 않아 선물을 주고받는 데 특별한 제약을 두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