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협 회장 선거도 보수-진보 대결

오욱환·위철환 등 4파전… 민변, 특정후보 지지 메일 회원에 발송 논란<br>변협 "선거규칙 위반… 제재"

오욱환

양삼승

위철환

김현

1만2,000여명의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 진영간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어서 선거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제47대 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오욱환(52ㆍ연수원14기)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양삼승(65ㆍ4기) 화우 대표변호사, 위철환(54ㆍ18기) 경기변협 회장, 김현(56ㆍ17기) 전 서울변협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네 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표심잡기'에 주력하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라는 대결구도가 선거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다른 직군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법조계에서 진보 진영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진보적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이번 선거에서 수적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보수ㆍ진보진영 간의 표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가 담긴 메일을 소속 회원들 모두에게 보냈다. 공식적인 성명은 아니지만 김칠준 전 민변 부회장 등 6명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작성한 글을 회람 형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대한변협 회장으로 누가 적합할까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글은 "오욱환 후보는 시변(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출신으로 보수적이며 양삼승 후보는 대전 법조비리로 고법 부장판사를 사임한 대형 로펌 대표"라며 보수후보들을 비판했다. 이어 "김현 후보는 최근 몇 년간 많은 회원들을 접대하며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들 3명 모두 태생적으로 소수자와 약자 보호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보수적인 후보"라고 밝혔다. 반면 민변은 진보진영인 위철환 후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변은 "위 후보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주경야독으로 마치고 변호사가 됐기 때문에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할 수 있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권 감수성이 풍부하다"며 "민변 회원 여러분에게 적극 추천하며 주변에도 지지를 권유해 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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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조직력이나 개인의 덕망을 위주로 표심을 흔들었던 기존의 선거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급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가 특정후보의 정치성향을 구분 짓고, 지지의사를 표시한 것은 다른 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중견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 A씨는 "오욱환ㆍ양삼승ㆍ김현 후보 모두 보수 성향이 매우 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철환 후보가 돋보이고 있다"이라며 "민변은 조직이 탄탄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몰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변 측은 "회원들에게 전달되는 이메일은 맞지만 민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보수'로 분류된 후보들은 특정 단체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경력을 홍보물이나 유세과정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오욱환 후보는 자신을 홍보하는 책자에'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교권변호인단 위원', '반부패국민운동연합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경력을 적었다. 양삼승 후보는 고위법관과 대형로펌(법무법인 화우)의 대표변호사로 근무한 약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 후보는 지난 2006년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 위원장을 맡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던 경력을 언론 등을 통해서 여러 차례 홍보해왔다.

한편 협회장 선거를 주관하는 변협은 "후보자가 아닌 변호사가 이메일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뜻을 밝히거나 지지를 권유하면 협회장 선거규칙에 위반된다"며 "(민변의 이메일 관련) 제재를 취하고 경고조치에도 반복된다면 선관위에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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