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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이주열 색깔 입히기가 본격화될 것인가.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9일 전격 사표를 제출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끝난 직후다. 한국은행 부총재직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 3년이 보장되는 자리라는 뜻이다. 본래 박 부총재 임기는 내년 4월까지였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1달 이상 '불편한 동거'를 이어오던 박 부총재가 사의를 표함에 따라 후임과 후속 인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총재가 조직개편을 예고한 터라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도 동요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9일 한은 관계자는 "박 부총재가 별도의 퇴임식 없이 퇴임하기로 했다"며 "이 총재의 인사 및 조직운영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는 사내전산망에 올린 글을 통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런 결정은 한은을 사랑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제가 떠난 뒤에도 모든 분이 한마음이 돼 조직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유지함으로써 한은의 위상을 더욱 제고해달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 퇴임은 이 총재 취임과 함께 한은 안팎에서 예상돼왔다. 박 부총재가 김중수 전 총재의 측근으로 이 총재와 대립각을 세웠던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임기를 못 채운 부총재는 사실상 박 부총재가 유일하다. 심훈, 이성태 부총재의 경우 각각 부산은행장, 총재직으로 옮겨갔고 박철 부총재는 임기 2개월을 앞두고 나갔다. 이승일·이주열 부총재는 임기를 모두 채웠다.
박 부총재의 퇴임으로 후임자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재가 부총재를 맡던 시절 부총재보를 지낸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와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이 1차 후보로 꼽힌다.
부총재 사퇴는 부총재보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총재보 자리가 빌 경우 이 총재의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총괄팀장을 맡은 이흥모 국장의 부총재보 발탁설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 국장은 6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직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인사는 8월이지만 이보다 앞당겨 6~7월에 국실장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총재가 확인한 대로 통일연구부서·정책커뮤니케이션부서 외에 대대적 개편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