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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시장은 죽어가지만 선택과 집중을 했더니 회사가 쑥쑥 성장했습니다."
자동차 부품전문기업 디젠은 2007년 80억원이던 회사 매출을 지난해 1,100억원대로 끌어 올렸다. 경쟁이 치열한 AVN(Audio Video Navigation) 과 LCD모듈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기록, 밴처 천억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15일 대구 본사에서 만난 한무경 디젠 대표는 이러한 회사의 성장을 '눈사람'에 비유했다. 그는 "작은 눈을 뭉칠 때는 힘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눈덩이가 커지면 조금만 굴려도 순식간에 거대한 눈사람이 되는 것처럼 회사 운영도 비슷하다"며 "어려움 끝에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 놓았기 때문에 디젠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디젠은 차량용 LCD모듈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덕분에 현대 모비스를 통해 현대ㆍ기아차에 차량용 LCD 모듈, 프론트판넬 등을 OEM방식으로 납품하며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매출이 커지는 모듈 분야에 만족하지 않았다.
AVN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매년 매출액 대비 10% 이상의 R&D투자를 통해 AVN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08년 국내 애프터마켓(After Market:차량출고후 시장)에 이글스페셜 시리즈를 출시, 국내 최대의 시판시장 점유율을 올리며 매출 800억원을 달성했다.
그것도 잠시 이듬해인 2009년말부터 비포마켓(Before Market : 차량 출고 전 제품을 장착 판매하는 시장)의 AVN 장착율이 증가하면서 애프터마켓 시판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됐다. 덩달아 디젠의 내비게이션 매출은 급속하게 떨어졌다. 이에 한 대표는 주력사업분야를 LCD모듈로 변경하고 비포마켓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는 "변화가 빠른 분야인 만큼 뒤쳐지지 않도록 대비를 잘 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력사업을 변경한 결과가 아니라 전직원이 품질향상, 생산성향상, 개발기간단축, 원가경쟁력 확보, 고객만족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노력한 결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 대표는 디젠의 성공 비결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맨파워'를 꼽았다.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일정을 맞추고, 불량이 생겨도 빨리 대처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경영철학이다. 회사가 지방에 있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느낀 그가 서울에 연구소를 만들어 인재 확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대표는 "경쟁사들에 비해 인적 구성을 탄탄히 한 것이 대기업과 신뢰를 쌓으며 거래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제품이 우수해지니 해외수출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젠은 지난 2009년부터 중국 현지 영업활동 강화한 결과 지난해 현대기아차 AVN 시스템 수출 2000만불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 M&M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중국천진법인에 LCD모듈 제조라인을 구축해 2014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제품으로 돌아섰던 거래처들이 불량이 끊이지 않자 다시 우리제품을 찾는다"며 "저가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품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AVN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맞춰 적극적인 R&D 투자와 기술 접목으로 시장을 선도해갈 계획이다. 그는 "멀티미디어 전장 종합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며 "곧 스마트폰을 그대로 AVN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중국천진법인을 통해 습득한 현지화 노하우는 향후 인도, 중국 등 기타 지역으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2016년 매출 4,000억원을 목표로 스마트폰 연동 LCD오디오 개발과 연동 관련 여러 기술을 확보해 향후 최고의 전장종합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