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동맥경화 심각/임충규 기협중앙회 조사이사(여의도 칼럼)

중소기업인 P사장은 말한다. 요즘같이 앞이 캄캄한 경영을 해보기는 창업후 30년만에 처음이라고.올들어서 만도 받은어음중 서너장을 부도맞아 그 금액이 4억원에 달한다. 전에없던 일이다. 그는 반월에서 종업원 50여명 규모의 특수잉크 제조업을 하고 있다. 오랜동안 외곬으로 사업하며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이 건실경영이고, 언제고 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준비경영 자세를 유지해 왔다. 그런터라 불황이 닥쳐도 걱정은 남의 일이려니 했다. 그러나 P사장도 결국 고민에 빠졌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부도지뢰밭」을 어떻게 피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고민의 해답은 안전지대의 거래선만을 골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것 역시 쉽게 용납되는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관계를 유지하던 거래선을 선별하여 납품할 수 없기 때문이다. P사장에게 닥친 판매난과 자금난, 이에 더해 경영의욕의 상실 등은 복합적인 불황에 원인이 있는 것이기에 여기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은 정말 힘겹기만 하다. 오늘도 중소기업은 하루에 50여개에 달하는 사상 유례없는 부도사태로 사라져 가고 있다. 더욱이 부실 대기업을 구제하겠다는 부도방지협약은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와 금융창구의 대출회피를 초래하는 등 이른바 「보신융자」니 「신용공황」이니 하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금융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쇄부도는 중소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보, 삼미의 경우에서 보듯 대기업도 무풍지대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경제의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경제의 동맥기능을 상실한 채 표류함으로써 중소기업은 「돈」 구경을 못한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협중앙회가 실시한 부도방지협약에 대한 중소기업인의 의견조사를 보면 6월의 금융대란설에 대한 우려가 75.6%에 달할 정도다. 현재 중소업계는 이같은 금융시장의 동맥경화를 풀기 위해서는 여신금액에 상관없이 유망 중소기업도 부도방지협약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금조달에 따른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 중소기업 활로모색을 위한 특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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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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