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빛과 그림자의 전도/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여의도 칼럼)

민중사학은 민초의 역할을 중시했다. 민중사학에서 한 시대의 빛은 민초였으며 지배계급은 그림자에 불과했다.그러나 그 이전의 사학은 그림자에 불과한 지배층의 역사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역사를 왜곡시켰다. 물론 오늘날 민초의 역할을 무시하는 사학자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역사기술의 오류가 지속되고, 그로인해 정책의 오류가 지속되는 분야가 있다. 그리고 이로인해 빛과 그림자의 전도(전도)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역사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이땅의 수출과 성장의 주역에 대한 평가이며, 이를 근거로 전개되고 있는 산업정책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예에서 처럼 우리 경제에서도 수출과 성장을 뒷받침해 온 것은 사실상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이었다. 빛나는 고도성장의 역사는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소기업은 빛이였고 대기업은 그림자였다. 그러나 역사는 성장의 주역을 대기업으로 기록했다. 빛과 그림자가 전도된 것이다. 자연히 대기업위주의 산업정책이 전개될 수밖에 없었고, 중소기업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은 만들어 질 수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구조적 불황의 근원이다. 문민정부하에서도 오류는 지속되고 있다. 실질적 중소기업정책의 부재를 말함이다. 2백40만 중소기업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발한 중소기업청이 정책결정과 집행수단의 결여로 검토청 이상의 역할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실례이다. 국민주택기금의 소기업지원기금 활용 및 어음보험기금 설치의 무산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서구국가들이 선진입국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중소기업육성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사실 선진국의 산업정책은 곧 중소기업정책이었다. 선진경제란 강한 중소기업들이 떠받치고 있는 경제와 다름이 아니다. 실체없는 경쟁력높이기 구호와 운동에 앞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보는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경제에서도 정치에서 처럼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산업의 뿌리이고 수출과 성장의 주역인 중소기업이 원래의 위치인 빛의 위치에 자리매김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축년이 그 경제역사 바로 세우기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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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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