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유럽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지난해 7월 한ㆍEU FTA가 발효된 후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는 데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한국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도입하거나 FTA를 개정해 일시적으로 한국차에 대한 관세를 부활시킬 수 있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스냅백'은 어느 한 쪽의 수출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늘어날 경우 관세혜택을 일시적으로 철회하도록 하는 조치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한ㆍEU FTA가 발효된 후 유럽의 한국차 수입이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역내 경기침체로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유럽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잉생산과 한국차 수입급증에 대응해 공장 문을 닫으려 해도 실업증가를 우려하는 정부와 노조의 반대로 여의치 않아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ㆍEU FTA 발효 이후 지난 3월까지 EU에 대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34만1,633대에 달해 67% 증가한 반면 한국에 대한 유럽 자동차 수출은 5만7,569대로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스티븐 오델 포드 유럽법인 대표는 "유럽 자동차 업계가 서유럽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연간 2,000만~2,200만대에 달하지만 판매량은 1,400만대에 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균형한 FTA가 발효돼 적정 수익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산 자동차의 유입으로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유럽 업체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 업체들은 협정 개정을 통해 한미 FTA 협정에 명시돼 있는 '스냅백'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 업체는 또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인도 및 일본과의 FTA에도 이 조항을 넣도록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델 포드 유럽법인 대표는 "스냅백 조항이 결여된 인도ㆍ일본과의 FTA가 체결될 경우 유럽시장의 상황을 매우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