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이구형 뉴로스카이 공동 창업자

취업 위주 대학교육·기술 베끼기 벗어나야 창조경제 가능<br>"돈으로 기술 사면 된다" 국내 기업 안이한 인식 만연 감성+기술로 새 분야 개척을<br>지시만 따르는 인재 육성 대신 대학도 도전·창업정신 교육을


"기업들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선진국의 기술을 그대로 베끼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취업 위주의 수동적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교육도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기업 뉴로스카이의 공동창업자인 이구형 박사는 29일 '서울포럼 2013' 개막에 앞서 롯데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 방안으로 제시한 창조경제가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저 기업과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기업이나 대학ㆍ연구소 등이 겉으로는 창의적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등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기술 베끼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국내 기업과 연구소들이 애플 따라하기에 나서거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이 유행하자 국내에서 한국형 미디어랩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게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과거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기술을 받아 오더니 지금은 돈으로 사오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면서 "그 결과 선진국 입장에서 한국은 기술을 팔 때 바가지를 씌워도 되는 호구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 박사의 지론이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기술이 1개라도 있으면 필요한 기술 5개를 외부에서 당당하게 받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가 선택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강점은 바로 '감성'. 그는 "우리 민족의 감성은 전세계에서 아무도 베낄 수 없고 우리가 해외에 당당하게 팔 수 있는 요소"라며 "해외 소비자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기술에 감성을 접목해야 비로소 고부가가치 기술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공동창업한 뉴로스카이도 '감성'과 맞닿아 있다. 뉴로스카이의 사업모델은 뇌파기술을 실생활에 응용해서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파를 분석한 다음 이를 제어신호로 바꿔 컴퓨터 게임이나 장난감 등에 접목하는 식이다. 뇌파를 탐지해 집중력 훈련을 하는 기기나 뇌파로 조종하는 게임기, 뇌파로 움직이는 장난감 등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현재 뉴로스카이는 뇌파기술과 관련해 전세계 300여개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뉴로스카이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직원이 8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해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창업 이래 5,000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았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전미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 박사는 또 굳이 고급기술개발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뉴로스카이의 사업모델도 이미 공개된 뇌파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연구소와 병원 등에 한정된 수요처를 스포츠ㆍ교육ㆍ여가 등 실생활 분야로 확대, 해당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그는 "어느 특정 기술의 가치를 1이라고 했을 때 제품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콘셉트를 추가하면 가치가 1,000배가 되고 여기에 비즈니스 모델이 더해지면 가치는 또 1,000배가 불어나 결국 100만배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박사는 창조경제 확산을 위한 대학의 역할도 강조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청년창업이 활발해야 하고 대학에서 창업 의지를 고취시키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대학은 취업 중심의 교육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학에서 취직 중심의 교육만 받은 학생은 남의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 인재밖에 될 수 없다"면서 "회사의 주인으로서 창업을 선택하는 도전적인 마인드를 학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이라고들 하고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학생 숫자도 미국보다 많지만 우리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팔리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창조경제에 있어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아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고려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창의적 소프트웨어 설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 박사는 "창의적인 기술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창의적인 소비자가 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기술개발에 매달리기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0일 '서울포럼 2013' 미래 세션에서 '세계시장 선도를 위한 창의적 신기술개발과 창업'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