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6개 구단으로 탄생한 프로야구가 출범 34년 만에 역사적인 10구단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부영과의 경쟁에서 이긴 KT가 내년 2군을 거쳐 1군 리그에 진입하는 오는 2015년부터는 하루에 다섯 팀씩 맞붙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스포츠'임을 재확인한 프로야구는 이제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머니게임 승자 KT, SK 나와!=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려다 사외이사의 반대로 막판에 포기했던 KT는 5년 만에 염원을 현실화하게 됐다.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KT는 지속적인 구단운영 능력면에서 부영을 앞섰다. 외부인사 22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10구단 적합 기업과 도시를 비공개로 심사했고 KBO 이사회는 이날 평가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수원시와 손잡고 창단을 공식 발표한 거대 통신기업 KT는 매출액만 약 20조원(2011년 말 기준)이 넘는 데다 KBO에 약속한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자산 규모 12조원대의 주택임대업체 부영은 8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5,000억원을 들여 수원에 돔구장을 짓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그동안 쌍방울 레이더스의 해체, 현대 유니콘스의 파산 등 기존 구단이 공중분해될 때마다 휘청거렸던 KBO로서는 무엇보다 구단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기업이 필요했다. 전북을 연고로 내세운 부영이 지역 안배를 주장했지만 KBO는 5개 구단(두산ㆍLGㆍ넥센ㆍSKㆍKT)의 수도권 편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KT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프로골프와 프로농구단, 각종 아마추어 스포츠단을 운영해온 경험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부영을 꺾은 KT의 다음 상대는 '통신 라이벌'SK다. 2000년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SK는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나 우승하며 단기간 내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바비큐존' 등 야구장을 놀이공원화한 마케팅은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첨단 관전문화를 전파하겠다는 KT와의 '흥행대전'이 볼 만하게 된 것이다.
◇초대 감독은 누구?= 창단작업의 첫 단추는 감독 선임이다. 공교롭게도 KT 초대 감독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성근(71) 전 SK 감독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영입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4년까지. 김 감독은 최근까지도 고양에 예의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KT의 창단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프로야구로의 화려한 복귀를 다시 고려해볼 시점이다. 과거 현대를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려놓은 김재박 전 LG 감독도 후보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