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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64> 상평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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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농촌에서 흔히 듣던 말 중에 '쌀 팔러 간다'가 있다. 쌀을 사러 가면서도 '팔러' 간다고 했다. 전통시대 물물교환의 영향이다. 화폐가 흔하지 않던 시절 쌀이 실질적인 통용화페, 즉 통화의 역할을 했던 시기부터의 습관이다. 물론 화폐(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칼 모양으로 생긴 고조선 시대의 화폐 '명도전(明刀錢)'을 시작으로 국가나 시대별로 수많은 화폐가 있었다. 금이나 은 뭉치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678년(숙종 4) 상평통보(常平通寶) 발행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그동안의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 유통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시장의 요구도 커졌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극복하고 농업생산력이 회복됐고 상공업도 발달했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시장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시장은 스스로를 움직일 매개를 필요로 했다. 상평통보는 근대화폐가 나오기 전까지 조선시대를 대표하게 된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는 화폐이기도 하다. 사진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있는 상평통보 꾸러미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 이전의 돈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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