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골프문화, 이대로 좋은가] 3. 너도나도 전문가행세

『답답해요.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는 척은 다 하더라구요. 내세우는 미국 자격증이라는 것도 그냥 사설학원 수료증 수준인 것 같아요.』골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근 많은 골프전문가들을 만나봤다는 한 방송작가는 자칭 골프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이같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인데 골프를 체계적으로 알고 있는 진정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렇다. 요즘처럼 골프가 붐을 이룬 적은 일찌기 없었다. 골프전문 케이블TV가 생겨났고, 공중파 방송들도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면 이른 시간부터 미국LPGA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국내대회도 물론이다. 골프가 바야흐로 대중스포츠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골프대중화 붐을 타고 일부 사이비 프로들이 전문가행세를 하며 물을 흐려놓고 있다. 물론 골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식견을 갖고 골프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를 행세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프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른바 연습장이라는 곳을 가보면 자칭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듣도보지도 못한 「미국○○대학 골프학과 교수」라는 명함을 갖고 몸값을 비싸게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미국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강의는 하지 않고 국내 연습장을 돌며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레슨프로중에는 특기생을 키우려는 부모들의 욕심을 이용해 『차를 바꿔달라, 무엇을 사달라』는 꼴불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레슨이라는게 특별한게 아니다. 『헤드 업하지 마라, 힘을 빼라』 는 등등 아마추어들이 교과서로도 배울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국사람들이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기기보다는 스코어에 너무 집착하고, 또 「행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는 점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일부 방송프로그램의 해설을 들어보면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차라리 해설이 없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짜증나는 해설은 『네, 어려운 퍼팅을 넣었습니다. 내 그린을 벗어났군요!』는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설명에 그치는게 대부분이다. 골프란게 심리적인 면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 전문가들의 해설은 단순히 스윙분석이나 상황을 전달해주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있었던 국내 10대코스 선정을 둘러싸고 물의를 빚었던 한 전문가라는 사람의 태도는 그가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알 수 있다. 골프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는 객관적인 검증없이 국내골프장의 랭킹(순위)를 멋대로 매겨 미국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 소개해 말썽을 빚고 있다. 한국의 골프문화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사이비 전문가들이 퇴출돼야 한다는게 골프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진영 기자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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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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