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자동차·SK텔레콤 "동부하이텍 인수 관심"

산업은행 측에 타진

최종 참여여부 주목<br>산은 "시장 상황 봐가며 통매각 여부 결정"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이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동부하이텍의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산업은행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은 동부가 지난달 3조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할 때 김준기 회장이 막판까지 매각을 주저했던 핵심 계열사다. 산은은 잠재적 인수희망자가 나타난 만큼 동부하이텍을 따로 떼어내 우선 매각하고 기타자산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통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 초 특수목적법인(SPC)에 편입될 동부 계열사에 대한 정밀실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자산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앞서 산은과 동부그룹은 지난달 17일 동부하이텍을 비롯해 동부메탈,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 핵심자산(약 2조원 규모)을 한데 모아 SPC에 넘겨 통매각하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산은은 실사 진행과정에서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들이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SPC 편입자산

가운데 가장 먼저 매각공고를 내기로 했다. 시기는 SPC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가 끝나는 내년 1월이 유력하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SPC 자산들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첫 단추를 채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 알짜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에 대해 현대차가 인수 관심을 보여왔다. 성장이 정체돼 있는 SK텔레콤 역시 신수종사업 개발을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동부하이텍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부상한 것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흐름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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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그동안 전통적인 기계산업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컨버전스화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엔진제어, 완전 자동주차, 탈선 경보시스템 등 각종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가 필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반면 경쟁국인 일본·유럽·미국 등은 차량제조뿐 아니라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시장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차량 엔진과 제작기술은 세계 수준에 올라섰지만 차종별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하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동부하이텍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설비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회계법인 실사결과 동부하이텍의 매각가격은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10년 간 생산설비 투자에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싼 가격이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 1월 께 매각공고를 내봐야 정확한 인수 후보자를 알 수 있겠지만 현대차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 외에도 SKT 역시 동부하이텍의 인수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로서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주문형반도체) 등을 주력으로 하는 동부하이텍을 결합할 경우 반도체 산업의 질과 양 측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은 동부하이텍 외에 SPC에 편입될 다른 자산들은 패키지로 묶어 팔 계획이다. 동부메탈·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당진발전 지분 등이 매각 대상인데 각 계열사간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력 인수 후보로 최근 북평화력발전소 인수에 실패한 포스코가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 기업인 바오산 철강이 현재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개별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시 가장 우선되는 원칙은 최고가 매각”이라면서 “패키지 매각을 우선고려 하겠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창의적인 매각 방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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