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생명보험사들의 담합행위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생명보험사들의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12개사에 대해 3,65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리니언시'를 적용해 담합사실을 신고한 대형사들의 부담은 크게 즐어들게 된 반면 중소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리니언시란 기업들이 담합행위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진신고하는 업체에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공정위는 생보사들이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종신보험ㆍ연금보험 등 개인보험상품의 예정이율 및 공시이율 등과 관련한 담합사실을 적발하고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담합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교보생명에 대해서는 과징금 전액을 감면하고 삼성생명과 대한생명도 공정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각각 70%와 30%를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공정위가 담합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이들 '빅3'가 자진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담합행위로 과징금을 고스란히 물게 된 중소 생보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담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형사들에는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중소업체들의 주장이다.
중소 생보사들의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니언시는 담합방지를 위해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운영되는 제도다. 교묘하게 이뤄지는 담합사실을 적발하고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발적인 신고자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니언시는 담합적발에 있어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니언시를 통해 담합이 적발된 사례는 2006년 22.2%에서 지난해 69.2%로 3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 8월까지는 90.4%에 이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담합은 공정거래의 최대 적으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기업들은 이번 생보업계의 담합과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사례를 담합방지를 위한 좋은 사례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