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 대통령 ‘문민1호 연착륙’ 고민

◎이르면 15·16일께 국정 운영방향 입장표명할듯/임기말 현철씨·대선자금 공개문제 등 난제수두룩 정권말기가 되면 집권세력의 지상목표는 뭐니뭐니해도 정권재창출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6·29 선언을 연출하고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가면서 노태우정권의 출범을 도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말기에 집권 여당을 탈당하기는 했어도 청와대와 안기부 조직은 범여권으로 남아 김영삼 정권의 탄생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지금 정권재창출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면서 『청와대의 지상과제는 김대통령이 앞으로 최소한의 권위와 영향력을 유지해가며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정권 연착륙」을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고독하고 처연한 분위기에 싸여 있다.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구속이 임박해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조차 지난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그 파장이 단순치 않다. 이권개입 외에 그의 국정관여 사실이 더 낱낱히 드러나면 현철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갈 뿐이다.  대선자금문제도 그 폭발력은 못지않게 강하다. 한때 청와대는 대선자금의 공개문제를 검토했으나 그것이 또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불가」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당의 경선 국면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만큼 유동적인 위험상황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이같은 악재가 겹친다면 하야문제가 거론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평소 식량난에 봉착하고서도 부자간 권력세습과 군사놀음에 여념이 없는 북한 정권을 「고장난 비행기」로 비유하면서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해왔지만 묘하게도 이제는 김대통령이 모는 문민1호의 경착륙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인사말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유난히 강조했다. 남은 임기를 당당하게 마치겠다는 김대통령 자신의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지난 3일 청와대 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나라의 갈길을 바로잡는데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나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과거에 연연치 않고 미래로 나가겠다는 의지다.  청와대관계자들은 대선자금이나 현철씨 구속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도 만일 한다면 이같은 원칙아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선자금의 경우 정치권 전체의 공멸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선에서 마무리짓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현철씨의 사법처리가 다음 주중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오는 15,16일께 김대통령은 한보정국을 매듭짓고 국정운영의 정상화와 새출발을 다짐하는 대국민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보이나 그 형식이 대국민담화가 될지 아니면 청와대 확대국무회의나 수석회의의 지시방식이 될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두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선공영제를 위한 제도 개혁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는 것.  최근 선관위가 대선주자 12명의 사조직에 대한 운영실태 조사에 나선 것도 과거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미래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철씨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아들이 저렇게 되는 현실을 발전의 한 단면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김용태 청와대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 등 당정 고위인사들은 지난 3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회동, 현철씨 사법처리와 한보정국 수습, 92년 대선자금 처리 문제 등 주요 정국현안을 논의하고 미래지향적 정국운영을 통해 현 난국을 돌파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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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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