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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말 한국전력 해외자원사업처에 전화벨이 울렸다. 6월 한 달을 애타게 기다렸던 앵글로아메리칸사(社)로부터 온 전화였다. '호주 바이롱 광산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협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한전 컨소시엄이 바이롱 광산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인수 경쟁상대가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 호주에서 터를 닦아놓은 일본 기업은 물론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어서 인수를 자신할 수 없었던 터였다. 이후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해 7월5일 한전은 바이롱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한전으로서는 가보지 않은 '최초의 길'을 가게 된 출발점이었다.
한전은 그동안 광산의 지분참여는 해봤지만 100% 지분을 갖고 '탐사-개발-생산 및 판매'의 모든 단계를 직접 주도한 적은 없었다. 100% 지분 인수가 그래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난의 행군이 예상됐지만 한전은 '자원개발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자부심 하나로 그렇게 4년째 달리고 있다.
◇인수부터 시추까지…'한 고개 넘으면 더 높은 고개가…'=승리의 기쁨도 잠시. 한전 해외자원사업처 직원들에게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한전이 해외자원 개발에 뛰어든 뒤 광구의 지분 100%를 인수한 적은 없었다. 10% 안팎의 지분참여를 통해 의사결정 등에만 참여해왔을 뿐이다. 김제현 한전 호주법인장은 "광산의 지분 100%를 갖는 것과 10%를 보유하는 것은 그 의미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한전이 광산 개발의 주관회사가 돼 개발과정의 모든 의사를 결정하고 해당 국가의 주관부처와도 직접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등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산 개발의 경험이 부족한 한전은 빠르고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베테랑인 '코카투'사를 운영사로 참여시켰다. 대신 3년 후에는 코카투에 지분 30%의 콜옵션을 부여했다.
그렇게 인수 후 4년이 지난 지금, 개발·생산을 위한 9부 능선은 넘었다. 바이롱 광산 프로젝트 초기부터 발을 담그고 있는 정재완 호주법인 총괄부장은 "솔직히 두려움이 컸다. 한전으로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짓누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토지의 추가 매입, 예비타당성조사, 샘플 채취작업 등 하나하나 쉽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난관은 여전히 많다. 광산에 포함된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했지만 일부는 남아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는 무사히 끝마쳤지만 아직도 환경영향평가와 개발인허가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모든 관문을 끝내면 채굴권을 승인 받아 유연탄 채굴을 위한 건설작업에 들어간다. 김 법인장은 "생산개시일을 오는 2017년 7월로 잡고 있는데 어떤 난관이 또 있는지 모른다"면서 "호주가 환경을 워낙 중시해 환경단체들의 작은 민원에도 광산 개발작업에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생산까지 넘어도 넘어도 고개가 끝이 없다는 얘기다.
◇여의도 30배 규모의 광산…횡단하는 데 차량으로 30분=눈으로 직접 본 바이롱 광산은 대규모의 목초지였다. 면적이 114㎢로 여의도의 약 30배다. 차량으로 광산 입구에서 끝까지 횡단하는 데만 30분이 소요될 정도다. 김 법인장은 "부지는 영구 소유다. 광산 개발을 끝낸 뒤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30배 규모의 땅이 우리나라 국토로 편입된 셈이다.
한전은 광산 개발을 위해 400여곳에 대한 시추를 끝냈다. 결과는 대만족. 예상대로 유연탄의 품질이 좋았다. 발열량이 ㎏당 7,000㎉를 넘는 곳이 많았다. 유연탄은 발열량 기준으로 3,000~7,000㎉ 정도다. 바이롱 광구의 탐사작업을 총괄하는 마이크 바쿠스 팀장은 "조사 결과 바이롱 광구의 유연탄 품질이 매우 좋다"면서 "400곳 정도를 시추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탐사와 분석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지질학자 안토니 레온은 "광산의 지질이 단층이나 가스가 없이 완만하고 탄층이 고르다"면서 "탄질이 좋은데다 채탄 여건도 좋아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탐사와 시추 결과 바이롱 광산은 1억6,800만톤의 유연탄이 매장돼 1억5,000만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2017년부터 44년간 생산계획을 잡았다. 매년 345만~550만톤을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거나 현지에서 매각할 예정이다. 400만톤을 생산할 경우 연간 3,800억원(톤당 85달러 기준)의 매출이 발생해 매년 1,100억원의 수익을 안길 것으로 한전은 예측하고 있다. 정은호 한전 해외자원사업처장은 "바이롱 광산은 인수비를 포함해 개발까지 모두 10억달러가량의 투자를 하게 되는데 유연탄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광산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만도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유연탄 생산기간이 44년임을 감안할 때 한전에는 상당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바이롱 광산 인근에 위치한 물라벤 광산의 지분도 갖고 있다. 생산에 들어간 물라벤 광산은 한전 지분 1%를 포함해 국내 컨소시엄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물라벤 광산은 3개 노천광산에서 연간 600만여톤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가 보유한 지분 1%를 매입할지 여부는 물론 물라벤 광산이 확장·개발될 때 추가로 지분을 투자할지 등이 한전에 과제로 남아 있다. 한전 관계자는 "물라벤 광구도 상당히 매력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생산광구이다 보니 지분 가격이 올라 여러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