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대사의 사임 배경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09년 2월 부임 이후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주미대사로 근무하며 쌓인 피로감과 함께 한미 FTA라는 큰 산을 넘은 만큼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미 FTA가 미 국회를 통과한 후 한 대사가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 대사는 지난해 10월 워싱턴 특파원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여러 가지 감안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제 의견도 개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항간에 떠돌고 있는 청와대와 갈등설 등을 일축하며 "한 대사는 그전부터 FTA 끝나면 그만하겠다고 했다"며 "곧 후임 인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사의 사의 표명은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주 말 한국에 온 한 대사는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에도 주미대사 업무에 대해 특파원 등 주변에 얘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 주변에서는 한미 FTA 이후 하려던 숙제(주미대사 교체)를 한 것이고 인사 수요에 따라 현시점으로 시기를 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대사의 후임 인선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선작업이 자칫 길어질 경우 아그레망(외교사절 부임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할 경우 부임 후 업무파악 하다 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인선을 서두른다 해도 주미대사는 다음 정부를 고려해 10개월 정도 근무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는 우선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천 수석은 현 정부 들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유엔 등으로 형성된 인맥이 적지 않은데다 현 정부 들어 주영국대사, 외교부 2차관, 외교안보수석을 거치며 대외관계에 풍부한 경험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새누리당에 입당해 강남 을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아직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인만큼 본인이 선택해야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한미 FTA 발효 문제 등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김 전 본부장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보내고 천 수석이나 차관, 대외공관장 등에서 장관으로 승진발령 내는 카드도 가능하다. 이 경우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순차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필리핀 대사를 지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대사는 일각에서 대사직을 물러난 후 사공일 무역협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