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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그리스 시나리오와 증시 향방

김임규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장


채권단의 긴축정책 제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61%)가 찬성(39%)을 압도하면서 문제의 조기 해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 지원을 계속 유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유로존 정상들이 긴급모임을 갖기로 한 만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곧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Grexit)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지속적인 충격에 빠질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그동안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 제안에 반대하기보다는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만큼 새로운 재협상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문제는 앞으로 네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가능성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채권단이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스에 대해 유화적인 제안을 제시해 그리스 정부와 함께 부채 경감 및 긴축 축소 등의 협상에 나서는 경우다. 다만 독일과 ECB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흐를 가능성은 20% 미만이다. 또 다른 카드는 독일과 ECB가 그리스의 부분적인 디폴트를 용인하면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선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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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채권단과 그리스가 재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는 경우다. 이는 3차 구제금융안을 재차 논의하는 것으로 확률적으로 채권단과 그리스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재협상에 실패한 뒤 즉시 그렉시트를 선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 확률적으로는 가장 낮지만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되는 내용이다.

과거 그리스 문제와 관련해 국내 증시의 지수 변동성을 분석해보면 확정 주가순자산비율(Trailing PBR)의 0.97배에 해당하는 1,980포인트선에서 충격이 흡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주목할 대목은 독일에서 7일(현지시간)에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그리스와의 재협상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로존 지도자들의 결정 전까지는 단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신중한 자세로 투자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전후로 조정이 이뤄진다면 중장기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적발표 시즌이 임박한 상황인데다 대형 수출주들의 실적부진이 부담스러운 만큼 배당주 등 방어적인 종목 중심으로 투자 바구니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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