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아내의 잠


아내의 잠-장철문 作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아내는

모로 누워 잠을 잔다

웅크려 잠든

아내의 잠은 혼곤하다

잠든 아내와 함께

아내의 피로도

함께 누워 쉬고 있다

나의 삶도 저렇게 누워서

아내의 눈앞에

쓰러져 잠들 때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 혼곤함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까닭일 것이다

아내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원망도

저기 저렇게 누워 있다

몇만 년의 유전이

저기 저렇게 함께 누워 있다

아마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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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들이 우글거리는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잠이라는 대책 없는 생리기제는 어떻게 존속해온 걸까? 지구상 가장 사나운 짐승이 24시간 중 8시간이나 잔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천하의 영웅도 눈꺼풀 하나 밀어 올릴 힘이 없어 일대사를 그르친 적이 얼마인가? 아마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네가 강해서가 아니라 여려서일 것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네 피로에 내 혼곤이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강한 무장은 신뢰라는 이름의 비무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잠이란 미더운 네게 두려운 나를 송두리째 맡기는 연습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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