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박춘근 윌스기념병원 원장

어르신에겐 친절한 설명 의사에겐 공부하라 잔소리… 척추전문 병원 성장 비결이죠<br>2002년 대학병원에 사표 던지고 선진시스템 질환센터 직접 설립<br>작년 첫 분원…수도권서 실력 인정<br>지금도 고통받는 환자 수술해주고 환한 미소 볼 때 가장 보람 느껴요

/사진=이호재기자

"병원이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환자와의 신뢰 구축입니다. 환자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가벼운 증상부터 난이도 높은 질환까지 다양한 케이스(환자사례)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과 지속적인 연구로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것이죠."

최근 의료업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다. 전국적으로 전문병원만 1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올해로 개원한 지 11년째를 맞는 윌스기념병원은 경기도 수원과 안양에 2개의 병원을 보유한 수도권에서는 실력 있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난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10년 이상 병원이 꾸준히 성장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의료진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박춘근(54ㆍ사진) 윌스기념병원장의 경영철학이다.

윌스기념병원은 수십 개의 분원을 갖춘 여타 네트워크 병원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다. 개원 10년째인 지난해 처음으로 안양에 첫 분원을 냈다. 앞으로도 분원을 늘리는 데 급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 원장의 생각이다.

박 원장은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진의 퀄리티(질)이다. 본원과 똑같은 수준의 진료가 가능할 때만 분원을 개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개원한 안양윌스기념병원의 원장은 수원 본원에서 8년간 저랑 함께 진료해온 베테랑 의사이며 다른 의료진도 3~4년 이상 다년간의 경험을 갖춘 만큼 본원과 똑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과 규모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의료의 질을 높여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병원이름이 다른 척추관절 전문병원들과는 많이 달랐다. 척추관절 전문병원들은 병원이름을 질환이 연관되는 단어나 환자들이 알기 쉬운 친근한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윌스는 존경하는 스승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가톨릭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척추 수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한센 유안 뉴욕주립대 교수로부터 직접 정통 척추 수술법을 전수 받았다.

"저의 스승인 유안 교수는 현대 척추 치료의 대부로 알려진 '리언 윌스' 박사의 수제자입니다. 윌스 박사는 북미척추외과학회(NASS)의 창립자이자 미국에 최초로 요통 전임의 훈련센터를 설립해 후학 양성에 힘쓰신 분이죠. 처음에는 유안 교수의 이름으로 병원을 만들려 했으나 본인이 사양하며 윌스 박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죠. '연구와 후학 양성'을 중시한 두 분의 뜻을 이어가고자 허락을 맡아 병원명을 '윌스기념병원'이라 명명했습니다."

2년여의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그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며 척추 치료의 선진 시스템 도입을 위해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외국의 경우 전문병원 시스템이 갖춰져 척추질환 환자들이 진단ㆍ치료ㆍ재활을 한 장소에서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데 비해 국내 진료 시스템은 환자가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진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그는 병원에 그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던 척추질환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2년 박 원장은 대학병원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직접 병원을 차리기로 했다.

그는 "척추관절질환 환자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리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학병원에서 꽤 실력 있는 의사로 인정받았던 그이기에 병원 개원 초기부터 환자들이 몰렸다.

그가 환자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수준 높은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이다. 윌스기념병원은 중소병원에서는 좀처럼 갖추기 어려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가 인증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의료계에서 선도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수원병원은 201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척추전문병원'을 지정 받고 곧바로 척추 전문병원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인증 의료기관'을 획득했다. 인증 의료기관이 되려면 여러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원 시스템이 한층 개선돼 의료사고 등의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안양병원은 개원 1년 4개월 만인 지난달에 수백 개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 최단 기간에 복지부 인증의료기관을 획득했다. 척추관절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병원으로서는 안양권 지역 내 처음이다.

그는 "허리디스크 환자의 수술할 디스크 부위가 바뀌고 치료약이 잘못 나가는 등의 의료사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여러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검증 받기 위해 국가 인증을 받는 것"이라며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환자들에게 안전한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는 간병부담을 해소하고 간호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원장은 환자들에게는 한없이 인자한 의사지만 의료진에게는 혹독한 병원장으로 통한다.

윌스기념병원 의료진은 매일 오전8시에 그날 수술과 입원을 한 환자들의 케이스를 두고 진료 콘퍼런스를 연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와 진료과정을 설명하면 다른 의료진이 의견을 주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치료의 질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해부터는 안양병원 의료진과 화상 콘퍼런스도 진행하고 있다. 또 중견 의사들이 두 병원을 오가며 전환근무를 하게 하는데 환자들이 수원과 안양에서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국내외 학회에 연구결과를 발표해야 합니다. 진료와 병행하려면 힘들죠. 스텝들에게 미안한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죠. 선배의 입장에서 여기서 근무하는 동안 의료인으로서도 크게 발전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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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지금도 주 5일 내내 외래진료와 수술을 한다. 병원장으로서 행정업무도 틈틈이 봐야 하는 만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도 병원 지하 2층 수술실 바로 옆에 만들어 놓았다.

"행정업무는 정말 재미없습니다. 지금도 수술할 때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 받던 환자가 치료를 받고 환한 미소를 보여줄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50~60대 이상 노인환자가 많은 터라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설명 잘하는 의사로 어르신 환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친절한 설명을 하다 보면 진료시간이 길어져 퇴근이 늦어질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박 원장은 허리디스크에 대한 설명을 자동차 타이어에 빗대어 한다. 디스크의 손상 부위를 치료하는 '환상인대성형' 시술의 경우 바람 빠진 타이어의 구멍을 메우는 것으로 알기 쉽게 설명을 하면 어르신들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

이러다 보니 환자들 중에 스스로 박 원장의 팬과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주변 사람들을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오게 된 동기를 조사한 병원 설문조사에서도 항상 1위가 주변 사람의 소개다. 박 원장 환자의 20% 정도는 전남 고흥, 제주 등의 지방에서 올라오는 비경기도권 환자들이다. 청소년 때 진료를 받았던 어린 환자가 아이 아빠가 돼서 다시 박 원장을 찾는 등 20년 이상 된 단골환자도 있다.

박 원장은 수술 부위를 최소화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최소침습 척추수술을 도입해 국내에 보급한 선두주자이자 권위자다. 대한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 6대 회장을 지냈으며 척추 분야의 연구성과와 기여도를 인정받아 올해 초 국제인명센터(IBC)로부터 '세계 의학자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앞서 마퀴스 후스후(Marquis Who's Who), 미국인명정보기관(ABI)까지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돼 있다.

"환자 중심의 서비스는 단순히 직원들의 친절과 미소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치료의 전 과정에 만족하고 의사와 병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해 전세계 환자들의 고통을 하루 빨리 덜어주는 것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박춘근 원장은…



▲1960년 충남 연기 ▲1984년 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1995년 가톨릭의대 의학박사 취득 ▲1997~1998년 뉴욕주립대 교환교수 ▲2000~2002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부교수 ▲2002년 수원 윌스기념병원 개원 ▲2012~2013년 대한최소침습척추수술연구회 6대회장



■ 윌스기념병원은
8년간 114건 논문 발표 '연구하는 병원'… 7년째 범죄피해자 지원도




윌스기념병원은 수원과 안양에 있는 2개 병원에서 총 33명의 전문 의료진과 36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본원인 수원병원은 2002년에 문을 연 뒤 11년 동안 한 해 평균 11만명의 환자가 다녀가는 국내에 손꼽히는 척추 전문병원이다. 개원 10년째인 지난해 2월에 제2병원을 안양 지역에 지상 10층~지하 4층의 규모로 개원했다.

박 원장은 의료진들의 연구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각종 학술활동, 해외 학회 참가시 전액 비용제공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료진들의 연구결과가 세계적인 권위의 SCI급 학술지에 게재되면 연구비 지원과 별도로 특별 인센티브도 주면서 격려한다.

또 세계 석학들을 직접 초청해 원내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의료진들에게 선진 의료기술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세계적인 대가들과 최신지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의료진이 새로운 학문과 의료기술을 적극적으로 익혀야 환자들의 치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며 "의료진의 연구활동에 지원되는 비용은 병원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윌스기념병원은 지난 8년간 총 114건의 연구논문을 국내외 학회서 발표해 SCI급 저널에는 8건이 게재됐다. 의료진 수 대비 성과로는 국내 척추 전문병원 중에서 손꼽히는 결과다. 특히 2009년 사경 MRI진단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임상적용에 성공, 2012년에 40대 남성에서 발생한 희귀 늑골종양을 세계 최초로 치료해 각각 SCI급 저널에 게재됐다. 사경 MRI는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형태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목디스크 탈출증과 협착증의 신경관 병변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박 원장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의료자문위원회 회장을 맡는 등 지역 단체나 기관들의 의료자문 역할을 해왔으며 2007년부터 시작해 7년 동안 수원지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위원장을 역임하며 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 및 가족들이 조속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박 원장은 '피해자 방문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인 범죄피해자 지원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 법무부장관 표창,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공로패를 받았다.

그 밖에 경기도 기초생활수급자 무료 진료 및 건강보험료 지원, 노인시설 사강보금자리 후원 및 의료봉사, 지역 청소년 장학지원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윌스기념병원은 2011년 2월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위치한 대통령중앙병원에 합작 척추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2회 정기 방문해 현지 의료진들에게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을 펼치고 있다. 합작 척추센터의 성공적 운영을 발판으로 안양병원은 2012년에 알마티 리조트와 합작으로 척추재활센터를 설립했다.

박 원장은 8월에는 직접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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