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 새마을 운동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실력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한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수학능력은 1~2위에 해당하는 최상권이다. 그러나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메달을 전세계 50명이 수상하는 동안 한국인 수상자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수학적 사고 없이도 살기 편한 우리의 아날로그 문화가 그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 사회는 명확하지 않은 아날로그 정보로 넘쳐난다. 교통정보에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차간거리가 촘촘하다'는 식의 애매한 표현이 많다. '소금을 적당량 넣어라' '한소끔 푹 끓으면 된다'는 말도 요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시속 30㎞, 소금 5g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가 아날로그화되면서 진정한 정보공유에 실패한다. 정보를 숫자로 계량화하면 누구나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디지털 사회는 숫자로 표현된 데이터를 근거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축적하는 사회다.


아날로그 사회는 불분명한 정보로 인해 비생산적 토론과 갈등을 유발한다.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정책에도 아날로그식 판단이 많다. 예를 들어 골목상권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으나 골목상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수치화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도에 인용된 정보란 동네 슈퍼 주인의 장사가 어렵다는 깊은 한숨뿐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업규제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한달 평균 2,400억원가량 줄었고 전통시장과 골목 슈퍼마켓에 돌아간 금액은 400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국민들 간의 갈등비용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 사회가 원하는 편익을 얻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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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서에 기반한 아날로그식 주장보다 디지털 정보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이 중요하다. 정책 수립도 마찬가지다. 비용과 편익에 대한 디지털 분석이 있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등이 일부 있지만 아직도 많은 정책이 아날로그식 논의와 토론을 통해 다수가 지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미국은 입법과정에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비용ㆍ편익 분석이 의무화돼 있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법안이더라도 비용이 편익보다 클 경우 입법이 어렵다.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정책 수립이 가능한 것이다.

비용ㆍ편익을 계량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통계자료가 많아야 한다. 한국 통계청의 기획분석 인력은 인구 100만명 당 14명으로 캐나다 중앙통계청 154명, 미국 센서스국 25명, 독일 연방통계청 25명 등과 비교해 적은 편이다. 이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적당량은 적당하지 않다.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디지털화해야 한다. 40년여 전 새마을 운동이 경이적인 경제 기적의 토대가 됐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과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새마을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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