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5대그룹 경제력집중 고착화/공정위「97 대규모 기업집단」지정현황

◎금융업·정보통신사업 진출 두드러져/자기자본비율 18.3%로 낮아져… “빚으로 몸불리기만”/20∼30대 부도·M&A여파 지각변동공정거래위원회가 31일 발표한 「97년도 대규모기업집단(자산기준) 지정현황」에 따르면 경제여건의 변화로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분야에 대한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사양산업과 경쟁력이 없는 분야의 퇴출은 상대적으로 지연돼 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대 상위그룹을 중심으로 경제력집중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20∼30대의 하위그룹의 경우 부도와 기업사냥등으로 재벌순위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30대 재벌이라지만 5대·5∼10대, 10∼30대까지는 현격한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사실상 재벌정책의 대상은 10대이내에나 의미가 있게 됐다. 아울러 그간 정부가 내세워 온 재벌경제력집중완화정책이나 업종전문화시책이 단순히 공염불에 그친 채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수는 지난해 6백69개에서 올해 8백19개로 1년새 무려 1백50개가 증가했다. 그룹순위별(신규지정그룹 제외)로는 1∼10대 72개사, 11∼20대 27개사, 21∼30대 14개사가 각각 증가해 주로 상위그룹에서 계열사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기업집단의 총자산은 지난해보다 61조5천억원이 증가한 3백48조4천억원에 달했으나 1∼5대 재벌의 자산규모 증가액이 40조3천억원, 6∼10대 재벌의 자산규모 증가액은 9조9천억원으로 1∼10대 재벌의 증가액이 50조2천억원이나 돼 전체 증가액의 81.6%를 차지했다. 30대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지난 92년말 1백78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한 데 이어 93년말에는 11.8% 증가한 1백99조5천억원, 94년말에는 17.0% 증가한 2백33조4천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95년말에는 2백86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2.9% 증가한 데 이어 작년말에도 21.4%의 증가율을 보여 2년 연속 20%대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상위 5대 재벌의 자산규모는 작년말 현재 2백2조1백70억원으로 전년보다 24.9%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30대 재벌 자산총액의 58.0%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상위재벌그룹은 할부금융 파이낸스 등 금융업과 정보통신업 유통업에 대한 정부의 진입규제 완화를 계기로 이들 신규산업분야에 대한 진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선물(주)을 신설했고 삼성그룹은 (주)제주개발공사 삼성선물(주) (주)대도제약 서해리조트(주) 등을 신규로 계열에 편입, 유통업과 금융업 제약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선경그룹의 한국엠앤엠파이낸스(주) 기아의 기산상호신용금고(주) 코오롱의 코오롱메트생명보험(주) 고합의 고합뉴욕생명보험(주) 동부의 동부생명보험(주) 동부투자신탁 등 중·하위재벌그룹들의 금융업 진출도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각종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사양산업이나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분야의 퇴출은 상대적으로 지연돼 지난해 30대재벌(신규진입 4개그룹 제외)이 회사신설이나 주식취득 등으로 1백48개사를 늘린 반면 합병과 주식매각 등으로 감소한 회사는 35개사에 불과했다. 이와함께 지난해말 실시된 위장계열사 조사에서 77개사가 신규로 계열사에 포함됐으며 당시 위장계열사 혐의를 받았던 일부 계열기업들에 대해서는 해당 모그룹이 추가로 주식매집 등을 통해 정식으로 계열 편입한 것도 계열사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편 30대 기업집단의 재무구조를 보면 자기자본비율(평균)이 95년말 20.5%에서 지난해말에는 18.3%로 더욱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재벌들이 자기돈보다는 차입을 통해 기업확장을 해온 것으로 결국 대기업들이 실속없이 몸집불리기에 열중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지정된 기업들은 앞으로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계열사별로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타회사에 출자할 수 없게 된다. 또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1년내에 자기자본의 1백%이내로 줄여야한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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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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