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차익 기대 다시 커져 이벤트 끝나면 돌아올 것

■ 외국인 매도행진 언제까지…


미국의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는 15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급격하게 털어냈다. 뱅가드가 추종하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의 지수 산정 방식 변경이 그날 마무리돼 그에 맞춰 처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연일 하락하며 150만원 아래까지 내려간 이유다.

뱅가드는 18일부터 삼성전자를 한꺼번에 쏟아낼 필요가 없다. 추종 지수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FTSE로 변경한 데 따라 6월 말~7월 초까지 1조4,000억원 정도만 더 팔면 된다. 여유가 생겼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이날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어느 정도 멈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50억원어치를 팔며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 전체보다 더 많은 3,796억원을 팔아치웠다.

뱅가드의 추종 지수 변경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외국인의 이날 순매도는 우선 유럽 지중해 도시국가 키프로스 구제금융 신청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일시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을 볼 때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신청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머징보다 미국 시장의 안정성이 더 높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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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지난주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S4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애플을 공매도하던 외국인이 롱쇼트 포지션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는 대부분 IT 업종에 집중돼 있고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지난주 금요일 삼성전자가 갤럭시S4를 발표한 후 되레 삼성전자의 주가는 내려가고 애플의 주가는 올라간 것을 볼 때 갤럭시S4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지난주로 마무리된 FTSE의 지수 산정 변경 작업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FTSE의 지수 산정 방식 변경은 마무리됐지만 뱅가드 외에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투자 바스켓 조정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속도가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수급 방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은 일시적인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치환 연구원은 "키프로스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환율 변동 수준을 볼 때 키프로스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섭 연구원도 "현재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선 상황인 만큼 외국인의 환차익 기대는 다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FTSE의 지수 산정 방식 변경이라는 이벤트가 마무리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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