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불발 소식을 접한 국내 한 증권사 직원의 푸념이다.
MSCI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증권지수 산출기관이다. 수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이 이들이 정해 놓은 편입비율 기준을 참고해 돈을 굴린다. 따라서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한국 증시는 MSCI 선지지수 편입에 도전한 후 4년 연속 낙방했다. MSCI가 요구하는 추가적인 외환 자유화와 외국인투자가 등록제도 폐지 등을 놓고 우리 금융당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MSCI의 요구가 과연 진정한 한국 증시의 선진화를 위한 선결 과제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지난 1992년 증시를 개방한 후 외국인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면서 현재 시가총액 점유율이 35%에 달한다. 반면 기관투자가는 10% 초반에 머물 정도로 외국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경제불안이 닥치면 가장 먼저 한국 증시에서 차익실현에 나서 '한국이 현금인출기(ATM)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진지수 편입 여부보다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체력을 키우고 보다 안정적인 투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국내 한 증권사 사장도 "어차피 글로벌 자금이라는 게 우리가 선진증시에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좋은 기업에는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증시 안정성을 높이는 게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가 유럽 문제로 상당기간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여 외자 유치에 앞서 금융시스템을 공고히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해외 선진지수 편입이 증시 선진화로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MSCI가 선진지수로 편입해놓은 24개국 가운데 최근 세계경제 불안의 주역으로 떠오른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ㆍ스페인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 등이 대거 포진해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선진증시는 우리 현실을 기반으로 한 선진 시스템과 여건을 조성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선진'이나 '외국'이란 말에 너무 목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