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모녀 자살로 본 복지 현실] 최저생계비 못벌어도 자식 있으면 혜택 없어… 사회안전망 구멍

이용방법 잘 모르고 신청 땐 검열 겁나 포기

기초생활 수급자 되레 해마다 줄어 135만명

담당자 부족해 대상자 발굴 한계도 문제로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나라의 허술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연간 100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은 점점 불어나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면서 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정부가 국민들의 기초생활에 대한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다. 기초생활보장사업 예산은 2007년 6조6,157억원에서 2013년 8조7,689억원으로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수급자 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153만~157만명대를 유지하다 2011년 147만명, 2012년 139만명, 2013년 135만여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이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수급자격을 잃는 탈락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이 도입되면서 수급자의 소득과 부양의무자 관계를 파악하기가 쉬워지면서 탈락자가 늘어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 부정 수급자 현황'을 보면 2010년 2,759가구에서 2011년 5,048가구, 2012년 7,392가구, 2013년 1만222가구로 증가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서 수급권자 1촌의 직계혈족이나 배우자를 말한다. 이들이 충분한 소득이 있으면 수급권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하는 것으로 간주해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제 살림살이가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쳐 어렵게 살고 있으면서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라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년 째 발길을 끊은 자식이나 연락이 두절된 배우자가 부양의무자로 지정되면 이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부양의무자의 존재만으로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는 실정이다.

남윤 의원은 지난달 13일 복지부 정책질의에서 "저소득층이면서도 기초급여를 못 받는 비수급 빈곤층이 10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는 저소득층이 감소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비수급 빈곤층을 국가가 보호할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수급 빈곤층의 확대와 부양의무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복지급여 수준을 현실화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수급대상을 최대 110만가구 늘리는 기초생활급여 개편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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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적으로 지급하던 7개 급여(생계·주거·의료·교육·자활·출산·장례)를 소득 수준에 따라 종류별로 지급하고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소득 기준을 높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사각지대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급여 지급방식이 개별로 나뉘면서 수급자 가운데 전반적인 삶의 질은 떨어져도 특정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경우 수급액이 줄어들거나 수급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또 비수급 빈곤층이 주거·교육급여를 받기 위해 수급자에 대한 낙인을 무릅쓰고 수급층이 되기에는 각 개별 급여의 보장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복지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 역시 문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복지전달 시스템은 신청자가 복지대상이 맞는지 아닌지 '검열'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 제도 이용을 어렵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수급자 신청을 하러 동사무소에 가면 기본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때문에 신청 자체가 꺼려진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이번 정부 들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부정수급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어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정서도 복지 대상자 선정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인데 사회 분위기 자체가 어려운 사람에 대한 복지 제공은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태부족하다 보니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읍면동의 공무원들을 보면 일반 행정직은 6시면 칼퇴근하는데 복지 담당 공무원은 기존에 들어와 있는 수급자를 관리하고 신청을 처리하느라 12시까지 매달려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런 상황이니 복지 대상자 발굴은 엄두도 못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당 0.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2.24명의 60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12년 기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만5,400명으로 2007년(2만2,728명)보다 3,000명 남짓 늘었을 뿐이다.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의 경우처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사각지대 문제도 지적됐다. 숨진 어머니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당국에 알리지 못해 급여를 수령할 수 없었고 산재보험이 인정하는 업무상 재해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예술인 등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재보험도 지금까지는 출퇴근 재해는 원칙적으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근로자 보호 확대 차원에서 출퇴근 재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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