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부가 SW산업 인식 새롭게/강영선(제언)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말은 20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국내의 현실을 볼 때 아직은 요원하다는 느낌이 든다.미국에서는 이미 소프트웨어 부문의 매출액이 하드웨어 부문을 상회한지 오래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구입하면 무상 제공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소프트웨어산업 지원정책도 소규모의 자금융자에 그쳤다. 정부는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무상 배포하거나 하드웨어와 똑같이 취급해 최저가 입찰에 붙여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관공서 구매 부분의 10%를 소프트웨어 부문에 할당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나 이같은 지원방식 세계 시장의 두터운 벽을 뚫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은 자금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정부의 구매마인드 제고, 시장육성 및 보호, 기업간 자유경쟁 유도를 통한 건전한 시장형성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의 종속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은 자칫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웨어와 같은 비중으로 소프트웨어 구입을 인정하고 입찰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형성을 유도하며 과감한 세제혜택과 함께 해외진출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또는 전문성을 가진 회사에 알맞는 업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드웨어와 달리 전문인력이 담당할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어 개발담당자가 중간에 바뀌는 경우가 많고 승진이나 조직 변경이 잦은 대기업에는 적합치 않다. 대기업은 대형 프로젝트라든지 시스템통합(SI)산업, 해외진출 등에 치중하고 중소기업들은 전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기업에 공급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소프트웨어의 모든 분야를 자체 개발, 공급하는 백화점식 경영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변화와 발전속도가 빨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 대기업은 민감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 대기업은 적자 자체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덤핑판매를 일삼아 전문 중소기업의 성장은 물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같은 경영패턴은 국내 시장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세계시장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또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많은 인력을 확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함으로써 기술력을 떨어뜨리고 인건비를 상승시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구책으로 기술인력을 병역 특례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소프트웨어의 품질 차이는 인정하지 않고 싼 것만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오히려 국내 전문업체의 경쟁력만 약화시켜 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에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상호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시스템을 구축,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다. 전문 중소기업의 개발력과 대기업의 자금력 및 마케팅 능력을 결합시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슈퍼스타소프트웨어의 경우도 대기업과 조기에 협력관계가 구축되었다면 터미널 애뮬레이터분야에 있어 조기에 해외로 진출, 상당한 시장점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정부의 소프트웨어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 등이 힘든 현실을 고려, 중소기업의 기술투자와 대기업의 자본투자에 의한 합작법인 설립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하거나 점진적인 개선만을 추구한다면 급격히 발전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따라잡기 힘들 뿐 아니라 해외진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혁신적인 정부의 정책수립 및 실현의지, 정부·대기업·중소기업·학교·연구소 등의 협력체제 구축만이 위기상황을 헤쳐갈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주)슈퍼스타소프트웨어 대표이사> □약력 ▲55년 서울 출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과 ▲삼성전자 ▲삼성휴렛팩커드 ▲코스모스시스템즈 ▲슈퍼스타소프트웨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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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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