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금 거래소와 주얼리 산업


김승희 국민대 명예교수(한국장신구문화연구회 소연 대표)

귀금속 음성거래 주얼리산업도 폄하


거래소 개설 경쟁력 강화 계기돼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머리모양, 장신구 등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장신구는 원래 용도가 있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착용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조형 예술품이다. 다시 말하면 장신구는 의상과 더불어 가장 눈에 잘 띄고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박 대통령의 경우 상황에 따라 의상과 브로치 등의 장신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그날그날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맞춰 브로치를 활용했다고 해서 ‘브로치 외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성대통령의 의상과 장신구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최근의 모습을 보면서 평생을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강의하고 실제로 작가의 장신구를 대중에게 알리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그것은 예로부터 훌륭한 공예능력과 미적 감각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까르띠에ㆍ티파니와 같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가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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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주얼리 산업은 탈세와 음성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제대로 된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지ㆍ팔찌 등의 장신구들이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중량으로 거래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인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고 금속공예과에 진학해 창작의 열정으로 디자인하고 섬세한 손길로 제작한 주얼리 제품이 중량으로 거래될 때 공예가들의 자괴감을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2일자 서울경제신문 보도를 보면 ‘금 현물 거래소’개설이 가시화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정부에서 국내 귀금속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금 현물 거래소 개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국내 귀금속시장은 음성적인 거래가 만연해 정부의 집계에도 잡히지 않는 시장인데 이를 양지로 이끌어낼 수 있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궤를 같이 한다. 또한 품질이 보장된 고품질의 귀금속 재료를 공정한 가격으로 탈세의 우려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금 시장의 경우 한해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금은 5조원대로 추정되는 이 가운데 60~70%가 무자료를 통한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어 세수가 걷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 현물거래소가 개소되면 거래의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도 한층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금 거래소 양성화가 주얼리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하려면 소비자의 구매 습관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금값으로 제품을 구매하던 오랜 관행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금 거래소 개설이 투자용 금괴와 주얼리로 디자인된 금 제품이 구분되는 계기가 돼 귀금속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추가된 금 제품 값을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금 거래소 양성화로 한동안 주얼리 제조 업계나 주얼리 디자이너들이 몸살을 앓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부가가치가 있는 좋은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확산될 것이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꼭 넘어야 할 과제다. 우리의 뛰어난 손기술과 미적 감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뛰어난 기술과 더불어 훌륭한 좋은 디자인으로 세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로 한국적 주얼리 브랜드가 많이 탄생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주얼리 산업도 까르띠에나 티파니 같은 외국브랜드 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해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로 잉태되기 위해서는 작품으로서의 감성적 디자인과 섬세한 공예능력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 거래소 개설을 통한 금괴와 금 제품 시장의 분리 등 주얼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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