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사상생의 길 보여준 현대중공업·씨앤앰·코오롱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12월31일 막판교섭을 통해 기본급 대비 2% 인상과 특별휴무 실시 등의 임단협 협상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7개월에 걸친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얻어낸 결과다. 그동안 불신과 오해도 적지 않았으나 '위기극복이 먼저'라는 사측의 진정성 있는 설득을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이로써 20년 만에 파업까지 치달았던 노사 간 갈등도 봉합됐다. 과연 노사상생의 '왕도(王道)'는 대화밖에 없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장기농성을 벌여온 케이블방송 씨앤앰 노조와 사측이 30일 해고자 복직 문제 등에 대한 극적인 타협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대화와 설득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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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10년 묵은' 정리해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낸 코오롱의 해법은 노사대결로 점철돼온 갑오년의 세밑을 훈훈하게 했다. 코오롱은 29일 정리해고자들을 위해 쓰도록 일정 금액을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했고 정리해고자들은 오랜 천막농성을 접었다. 2005년 정리해고 이후 한때 역사상 최악의 노사대결로 꼽힐 정도로 극악해졌던 해묵은 사태의 해결은 26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에 찾아온 정리해고자 대표 최일배 씨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의 대화로 일단락됐다. 이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을 이 회장이 유지로 받들며 대화에 나서 얻어낸 결실이다.

역시 노사는 둘일 수 없다. 지난 한해 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현대중공업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 노사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면 새해 초부터 경영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 내수부진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수출마저 급격히 둔화되는 한국 경제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다. 노사 모두 경제현실을 자각하고 상생의 길을 찾을 때다. 특히 통상임금, 사내하도급, 장시간 근로 등 갈등현안들이 적지 않은 새해에는 노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입장에서 양보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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