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重·건설 안주하면 안돼… 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라

■ 이건희 "삼성, 고칠 것 많다"<br>전자 편중된 매출 벗어나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 지속 가능한 성장틀 마련<br>인재 확보해 최고 대우… 품질 경영도 재차 주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년하례식 참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중공업ㆍ건설 계열사 사장단에게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비(非)전자 계열사에 '삼성전자처럼 왜 못하냐'는 일종의 질책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회장이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에 이어 중공업과 건설 관련 계열사에 대한 글로벌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은 그룹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함께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틀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고쳐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한 데 이어 중공업ㆍ건설 분야 오찬 자리에서도 품질 등 사업경쟁력과 직결되는 제반 사항에 대한 개선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비전자 계열사에 대한 강경 주문 배경은=이 회장은 지난해 금융 계열사 사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건설ㆍ중공업 계열사 사장단과의 자리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육성"을 요구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비전자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룹의 매출 비중이 전자 위주로 치중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316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160조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그룹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매출까지 감안하면 삼성그룹은 전자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금융과 건설ㆍ중공업 등의 경쟁력은 아직 글로벌 수준에 올라서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나머지 계열사들의 실적은 국내에서도 독보적이라고 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회장이 이처럼 전자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사장들에게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라는 것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공업ㆍ건설 사장단, 미래 성장동력 선정=정연주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회장과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등은 이날 오찬에서 중공업과 건설 부문의 미래 동력을 선정해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들은 미래 동력으로 ▦발전플랜트 ▦해양에너지를 정했다.


발전 플랜트 부문에서는 삼성물산의 시공능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ㆍ프로젝트 통합관리, 삼성테크윈의 장비제조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의 무기가 될 예정이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조선 역량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육상에너지 플랜트 건설 경험을 합쳐 해양플랜트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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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장단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세계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이 회장에게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부유식 LNG 설비 등 해양사업 및 심해에너지사업, 삼성물산은 사업개발과 운영, 투자사업 등 영역확대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해외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고급 인재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은 사장단의 이 같은 전략보고에 "방향을 잘 잡았다.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전했다.

◇인재와 품질이 급선무=이 회장은 건설과 중공업 사장단들에게도 인재 확보와 품질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좋은 사람, 최고의 인재는 최고의 대우를 해서 과감하게 모셔와야 한다"며 "발전ㆍ에너지 관련 기술은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과 중공업 계열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으로 인재와 품질을 내세운 것이다.

이 회장은 특히 이 자리에서 과거 방산부품 품질 불량 문제를 언급하며 "이런 불량이 우리 삼성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품질 불량은 근원부터 차단해야 한다"며 "그래도 결과가 잘못되면 엄벌해야 한다"면서 품질경영에 대한 주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또 "삼성이 만든 제품은 안전하고 20년, 30년을 가도 문제가 없다는 평판을 얻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며 품질 문제에 만전을 기할 것을 사장단에게 주문했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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