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수현실화는 역대 정권의 단골 공약이었다. 공무원급여는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견기업의 70%선에 머물고 있다. 올려주고 싶어도 빠듯한 나라살림 형편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알맹이 있는 조치가 포함돼 실현성이 엿보인다. 예산에 목적예비비를 신설, 공무원 임금인상폭이 민간기업 수준에 못미칠 경우 보전키로 한 것이다. 공무원처우개선이 보장된셈이다. 여기에다 폐지됐던 체력단련비도 가계안정비란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됐다. 5년내 공무원 보수수준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게 됐다. 월급봉투가 두둑해지면 가라앉은 공무원의 사기도 앙양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이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적지않다. 겨우 회복단계에 불과한 경제여건에서 정부가 너무 빨리 허리띠를 푸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일부 민간기업들의 급여수준이 IMF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때 틀린 주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해마다 5~10%의 공무원 급여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재정적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도 받을만 하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공무원의 사기저하가 위험수위라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이점은 우리도 공감한다. 그러나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나와야 된다. 무엇보다도 공무원의 뇌물수수행위를 근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씨랜드 화재참사는 공무원의 부패구조가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양심적인 공무원도 박봉에 따른 생활고에 못이겨 돈의 유혹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급여를 인상해 줬는데도 여전히 검은 돈유혹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납세자인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공무원의 비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옳다. 청렴과 윤리의식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급여인상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는데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공무원수를 대폭 줄여 남은 공무원의 인건비를 올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장 적게하는데다 작은 정부를 만들어 규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도 맞다.
공무원사기진작은 보수현실화나 근무여건개선만으로는 안된다. 공정한 인사와 전문성강화, 정치바람 차단 및 책임행정확립 등 공직사회를 안정시키고 공무원들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