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눈빛만 봐도 통하는 환상의 짝꿍

'개발 전담 창업자-전문 경영인 체제' 게임업계 신바람<br>넷마블 방준혁 고문-조영기 대표<br>위메이드 박관호 의장-김남철 대표<br>국내외 성과·매출 탄탄 시너지 효과


국내 게임업계에 창업자가 게임 개발을 전담하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이른바 '창업자-전문경영인' 협업 체제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CJ E&M 넷마블은 올 상반기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매출 1,099억원과 영업이익 1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작 게임의 흥행 저조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다함께 차차차' ∙'모두의 마블' 등의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게임업체가 단기간에 모바일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넷마블의 이같은 성과에는 조영기 대표와 방준혁 고문이라는 '찰떡궁합'이 있다. 방 고문은 지난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해 국내 게임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이후 2004년 넷마블을 CJ에 800억원에 매각한 뒤 CJ인터넷 대표로 지내다 2006년 게임 업계를 떠났으나, 2011년 다시 넷마블 상임고문을 맡아 자신이 세웠던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인사와 재무에 정통한 조 대표가 회사 전반을 경영하고 방 고문이 게임 개발을 이끄는 협업 체제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일찌감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은 2000년 회사를 설립한 뒤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잇따라 선보이며 위메이드를 중견 게임업체로 키워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온라인 댄스게임 '오디션' 등으로 유명한 와이디온라인의 김남철 대표를 영입하며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 의장은 전문 개발자로 변신해 모바일 게임 전문회사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캔디팡' ∙' 바이킹 아일랜드' ∙'윈드러너' 등의 히트작이 잇따라 탄생했고 올 2ㆍ4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대인 439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박 의장은 지금도 개발자들과 사내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신작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 1세대로 불리는 엠게임의 손승철 회장과 권이형 대표도 '환상의 커플'로 꼽힌다. 중앙대 컴퓨터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손 회장과 권 대표의 인연은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997년 엠게임의 전신인 위즈게이트를 설립한 뒤 '열혈강호 온라인'∙'나이트 온라인' 등을 잇따라 선보여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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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2008년 12월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엠게임을 코스닥에 직상장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이듬해 권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게임 개발과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엠게임은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역사회 아동을 위한 '엠게임 놀이터',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임직원 펀드인 '꿈나무 희망펀드', 문화체험과 자원봉사를 접목한 '행복한 오후 2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는 충남 태안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게임 테마파크도 건립할 예정이다. 엠게임의 본사 이전에는 태안군의 기업 유치 활동 못지 않게 평소에도 농사를 짓고 과학영농에 관심이 많은 손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모델이 주목을 끄는 것은 개발력이 핵심인 게임 산업의 특수성에 있다. 아무리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거나 경비 절감을 통해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신작 게임이 흥행을 거두지 못하면 자칫 회사 존립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상품성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창업자가 현업에서 게임을 함께 개발하는 것 역시 임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고 동기를 부여하는 훌륭한 요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창업자가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뒤 다시 개발자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갈수록 게임시장의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국내 게임업계에도 창업자가 개발을 전담하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협업체제가 한층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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