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확정한 주요 대기업 3곳 중 1곳이 지난해보다 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0%도 안 되고 전체 채용인원도 2.3% 줄어들 모양이다. 글로벌 경제침체가 계속되는데다 엔저,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쓰나미'가 한꺼번에 밀어닥친 것도 비용부담 가중의 주범이다. 돌파구를 열어줄 신성장동력 발굴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대외 경영환경은 대부분 우리의 능력 밖이다. 반면 고용창출을 저해하는 경직된 노동 관련 법령과 관행을 바꾸고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수요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 개혁으로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졸자를 포함한 청년(15~29세) 실업률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9.0%)보다 올해에 더 악화할 게 뻔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돼 매년 6%씩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된다. 가뜩이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부담이 큰데 정치권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정부와 기업에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떠넘긴 탓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 등이 답보 상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서둘러 타개하지 않으면 청년과 기업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증가는 국제경쟁력 약화와 국내 채용축소, 해외투자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러잖아도 취업자 5명 중 1명이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은 악화일로다. 해법은 나와 있다. 노사정은 한발씩 양보해 임금·정년 등 노동 현안에 대한 대타협을 이루고 핀테크를 포함한 금융·보건의료·관광·교육 등 서비스 부문의 과감한 규제완화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