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자한마디] 한밤중 빈집에 갇인 아이 구출

차가운 날씨에 엄마를 부르며 베란다에 서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깥에서 대강 위치를 짚어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 집 앞에는 잠이 깬 주민들만이 짜증스러운 기색을 짓고 서 있을 뿐, 정작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관리실 직원이 달려왔지만 비상키가 없어 현관문을 딸 수가 없었다. 관리실에서는 결국 119에 신고를 했고 119 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나는 바닥에 엎드려 구멍을 통해 아이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119 대원들이 일단 위층집에 들어가 로프를 이용해 문제의(?) 집 베란다로 내려오는 위험한 방식으로 겨우 현관문을 열 수 있었다.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신 장식장 위에 연락처가 하나 남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아이 엄마의 가게였다. 연락을 받고 뒤늦게 달려온 엄마의 말에 의하면, 밤에 가게에 나가 봐야 하는데 일찍 와서 아이를 봐 주기로 했던 남편이 오질 않고 아이는 잠이 들어 버려서 좀 있으면 남편이 오겠지 라는 생각에 그냥 잠든 아이를 빈 집에 혼자 두고 가게로 나간 것이라 했다. 어머니의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잠에서 깬 아이는 겁에 질려 목이 쉬도록 울어댔고 온 동네가 한 시간이 넘도록 밤잠을 설쳤으며 급기야 119 대원들까지 출동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119에 접수되는 열 건 중 일곱 건이 그런 식으로 빈 집에 아이가 갇혀서 문을 열어 달라는 사고라고 한다. 막중한 사고현장 처리 책임을 지고 수고하시는 119 대원들이 그런 일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력 낭비다. 단순히 그런 상황이라면 일단 인근주민들이 열쇠전문점에 전화만 해 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 아닌가. 김소라 SORA_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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