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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童顔))에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여성이 ‘베이글녀’라고 한다면 대학로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베이글남’이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환한 미소를 지닌 선한 인상에 183㎝의 큰 키와 다부진 몸을 소유한 배우 박성훈. 3년 전 처음 타기 시작한 오토바이를 즐겨 탄다는 그는 최근 연극 ‘유도소년’에서 복싱 국가대표 ‘민욱’ 역으로 출연 중이다. 체격과 취미 그리고 극중 ‘민욱’의 날랜 복싱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을 보고 운동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저 운동신경 정말 정말 없어요.”
둔한 운동신경을 민첩한 복서의 감각으로 만들고, 학창시절 작은 키 때문에 고백을 거절당한 충격으로 키를 20㎝나 키웠다는 오기의 배우 박성훈을 20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유도소년’의 흥행 덕인지 박성훈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같은 소속사인 희준이형(배우 이희준)이 있는 극단 ‘간다’의 작품을 몇 개 봤었는데 다 정말 좋더라고요. 제게 ‘간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연극 ‘올모스트메인’에 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극 ‘유도소년’은 극단 ‘간다’ 10주년 기념 퍼레이드 3번째 작품으로, 박경찬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때 국가대표 꿈나무였던 경찬의 방황과 사랑, 전국체전 도전기를 담은 명랑쾌활 액션극이다.
박성훈은 극중 친구의 여동생인 ‘화영’을 좋아하는 순정남이자 경찬과 삼각관계를 그리는 라이벌 ‘민욱’역으로 출연한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민욱은 지금보다 얄미운 캐릭터였어요. 작가님께서 ‘경찬’의 시각으로 보셨기 때문에 더 얄미워 보였을 겁니다. 연출님께서 경찬이가 민욱에게서 뭔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고, 작가님과 의견을 나누시며 지금의 민욱 캐릭터가 완성됐죠.”
극 중 복싱선수로 쨉과 훅을 날리고, 경찬과 싸울 때도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박성훈이지만 “실제 운동선수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선수 태(態)를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밝힐 정도로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운동신경이 정말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더블 캐스팅된 차윤학 배우는 잘 따라가는데 전 잘하지 못해서 중간에 낙담하기도 했죠.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초연 창작극이다 보니 어떤 신에서 어느 정도로 복싱을 해야 한다는 틀이 없어서 벅찼습니다.” 이야기를 하며 내민 그의 손등엔 잔 상처와 딱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극 중 ‘민욱’은 운동을 잘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고백했다. “어릴 땐 공 차는 것을 좋아해서 등하교 때도 공을 차면서 다닐 정도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키가 작아서 맨 앞에 앉았는데, 공이 좋은 나머지 조회시간에도 발로 공을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 구둣발로 제 정강이를 갑자기 차버리셔서 크게 다쳤죠. 안 좋은 기억이 생긴 뒤로 겁먹고 운동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군대에서도 축구를 안 했으니까요.”
어렸을 적부터 인기 꽤나 얻었을 법한 비주얼을 소유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작은 키 때문에 1,2번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제 키가 고등학교 1힉년 때 163cm였어요. 그때 반에서 제일 예쁜 아이에게 고백을 했는데 ‘너랑 같이 다니면 널 동생으로 보지 않겠냐’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죠. 그 친구가 아마 166cm 이었을 거예요. 10cm 더 커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루에 우유 1,000ml씩 마시고 키 크는 스트레칭을 무척 열심히 했죠. 물론 키 클 시기와 맞은 것도 있겠지만 그때 20cm가 자라면서 여학생들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둥순둥한 외모 뒤에 목표를 향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노력파 면모가 숨어있었다. 그가 연기하는 ‘민욱’의 사랑 라이벌 ‘경찬’의 모습과도 닮았다.
배우 박성훈은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통신팀장으로 등장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큰 경험을 쌓았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는 그지만 무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텔레비전과 다르게 무대는 피드백이 빠릅니다.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죠. 올라가면 무대 뒤에서 조명들을 올려다봐요. 그러면 대학교 워크샵 공연을 처음 올렸을 때 긴장되면서 설???기분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첫 공연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첫 마음가짐을 기억하는 배우다. “ 연극 ‘모범생들’의 ‘서민영’은 어느 정도로 감정을 보여주고 표출해야 하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4달이란 기간 동안 공연을 하면서 갈수록 훨씬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처음과는 너무 변한 제 모습을 발견한 거죠. 처음 모습을 망각했던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민영’ 역을 해보고 싶어요.”
공연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사뭇 진지하던 박성훈은 동료의 이야기에 금새 웃음꽃을 피우는 유쾌함을 지녔다. “의식이형(배우 오의식)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예요. 그런데 형과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와요. ‘죽고 싶어? 빨리 얘기 안 해?’라는 대사에 의식이형이 ‘아, 몰라요~’라고 받아치는 대사가 있는데, 어느 날은 의식이형이 ‘아,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라고 애드리브를 친 거예요. 그날은 웃음이 너무 크게 터져서 정말 참을 수가 없었죠. 극중 의식이형이 맡은 ‘요셉’이와 만나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박성훈은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에 ‘유도소년’ 같은 밝고 경쾌한 극을 만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 “제게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준 작품이에요.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을까?’ ‘노력한다고 될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갖고 계신 관객분들이 보러오시면 분명 큰 힘이 될 겁니다. 저도 복싱을 배우면서 ‘이게 과연 될까?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끝까지 하니까 되더라고요. 누구나 힘들었던 시기는 있잖아요. ‘유도소년’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힘을 전달해 드릴 겁니다.”
현재 함께 사는 박성훈의 룸메이트는 그의 공연을 보러왔다가 깜짝 놀랐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박성훈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의 긴 줄을 목격했기 때문. ‘대학로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 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는 겸손했다. “지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다 보면 인기 등은 어느 순간 뒤따라 올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제 몫이죠. 10년 후요? 지금보다는 보수를 조금 더 받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런 가정과 지금보단 조금 더 나은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 한마디 하라는 요청에 박성훈은 뮤지컬 작품에 출연다는 허황된 기대을 내려놓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적긴 하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팬클럽 회원 수를 보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셔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성취는 더 높은 목표와 성취욕을 부른다. 더 넓고 큰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로 대중들을 만나는 것이 배우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외유내강 박성훈이 더욱 성장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히 넘나든다 해도 무대 위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듯 하다. 늘 첫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그의 자세는 그의 발전을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들께서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면 참 멋있더라고요. 저 역시 운이 좋아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성하더라도 무대를 떠나고 싶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