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학문보다 돈이 그렇게 좋은가?" 지난 1980년대 후반 청년 장흥순은 평소 존경하던 스승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가 창업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도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90년대 우량 기술기업으로 꼽혔던 터보테크다. 아쉽게 터보테크는 2000년대 초까지 황금기를 누리다 사세가 기울어 무너졌지만 그는 재도전하고 있다. 지금은 에너지절약 솔루션 기업 블루카이트의 대표다. 1960년(경자년)생으로 55세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경제사의 주역은 베이비붐 세대였다. 이들이 한국전쟁 이후 급감했던 노동인력을 폭발적으로 공급하는 '인구 보너스' 효과를 주면서 이렇다 할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 경제는 1980~1990년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정부의 공식 인구통계가 1960년부터 기록돼 있으므로 장 대표와 같은 경자년생은 통계로 검증된 인구 보너스 1세대다. 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주권을 잃었을 때는 장롱의 자녀 돌반지를 기꺼이 팔아 나라 살림에 보탰으며 구조조정 한파에도 꿋꿋이 일어나 위기극복의 세계적인 모범답안을 창조한 '경제의병'들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기술(IT)의 불모지였던 한국을 IT강국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은 지금 다시 도전에 직면했다. 부모 봉양과 자녀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바치며 '낀 세대'로 살았지만 정작 은퇴를 앞두고 또다시 경제적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 그들은 "아직 젊고 실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이 직장에서 물러나는 순간 사회적 은퇴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은 커다란 손실이다.
경자년생인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언한다. "유럽에서는 은퇴자들이 연금을 달라고 보채는데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국가 재정이 힘드니까 스스로 벌어먹고 살겠다고 하니 얼마나 갸륵합니까." 그들이 다시 뛸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1960년 8월1일 창간해 이들과 동갑내기 경자년생인 서울경제신문은 이제 새로운 길 앞에 설 그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젊었을 때 그랬듯이 뜨거운 열정으로 힘차게 도전해 성공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