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화합 계기로 삼아야 할 국정원 사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허위 수사결과 발표 때문에 당선된 만큼 이제라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표씨의 주장은 가당치 않다. 설령 국정원과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그렇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주에서 선거는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선거에서 투표자의 51.6%라는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이상 대한민국의 적통을 잇는 대통령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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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규정한 대로 '민주당 당직자에 의한 20대 여성 인권유린'과 검찰이 발표한 '원세훈 원장이 주도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이에서 설득력을 갖는 것은 당연히 후자다. 표씨의 인터넷 청원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력 대선후보 간 토론이 막 끝난 시점에 전례 없던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역시 누가 보더라도 편향적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는 사안이다. 원 전 국정원장이나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하고 중간결과를 왜곡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모두 대선이라는 시각에서만 보면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내치기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 읍참마속의 결단을 촉구한다. 명명백백하게 국정원 사건을 조사하고 책임자와 배후를 처벌한다면 박 대통령은 대의와 원칙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한 큰 정치인으로 기억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반대했던 사람들까지 지지자로 만드는 길도 여기에 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인 국정원 사건을 대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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